[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뿐 아니다. 전 세계가 폭염에 휩싸였다. 기후 관측 아래 지구가 ‘가장 더운 날’을 기록하더니 불과 하루 만에 그 기록이 깨졌다.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또 최고기록은 깨질 것이 유력하다. 여름은 이제 외출할 수 없는 계절이 될지 모른다. 지구의 경고는 이제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6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 산하 국립환경예측센터가 관측한 지구 평균 기온이 4일 17.18도를 기록, 하루 전 기록했던 기온 17.01도를 넘어섰다.
17.01도는 인류가 위성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기온으로,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7년만에 깬 수치였다. 이를 두고 영국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기후학자인 프레데리케 오토 박사는 “인류와 생태계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기록을 또 깨는 데엔 불과 하루가 걸렸다. 17.18도로 하루 만에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2016년 8월 16.92도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가장 뜨거운 지구가 됐는데, 이젠 불과 하루 만에 더 뜨거운 지구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올해에 이 기록이 수차례 더 경신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영국 그랜섬 기후변화 연구소 소속 기후과학 강사인 파울루 세피는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 내 기록이 다시 깨져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가 지구 역사상 가장 덥다는 예측은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도 넘어섰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C3S)는 지난 6월 “지구 표면의 대기 온도가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기온 상승이 이 수치를 넘어서면 극한의 이상기후와 함께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에 직면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그 마지노선을 넘어선 최고 기온이 연일 펼쳐지는 현실이다.
올해엔 엘니뇨 현상까지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으로, 지구 기온 상승을 가속화시킨다. 올해엔 규모와 지속시간까지 긴 ‘슈퍼 엘니뇨’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우리나라의 계절도 파괴되고 있다. 지난 봄(3~5월) 평균 기온은 전국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더웠다. 폭염주의보 발령 시기 역시 점차 당겨진다. 서울 기준으로 2021년엔 7월 1일이었으나 작년엔 6월 25일, 올해엔 6월 18일에 첫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심지어 올해 여름이 앞으로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란 섬뜩한 경고까지 나왔다. 텍사스 A&M대 기후과학자 앤드류 데슬러는 “미래세대에선 올해 여름을 인생 중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