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균보다 빨라”…사상 최악이라는 한국의 ‘이 속도’ [식탐]
사과 [123RF]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한국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

최근 환경부가 공개한 ‘한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 내용이다. 1912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은 1.6도로, 세계 평균(1.09도)에 비해 컸다. 뭐든지 빠른 한국이지만, 온난화 속도는 가장 최악의 속도다.

기후변화에 따라 한반도의 과일 재배지 역시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품 배와 사과도 가까운 미래에는 수량과 품질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 사과 재배 적지, 1981~2010년보다 90% 감소”

“세계 평균보다 빨라”…사상 최악이라는 한국의 ‘이 속도’ [식탐]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를 적용한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2050년대 사과 재배적지는 과거 30년(1981~2010년) 대비 90% 줄어들며, 2090년대에는 재배 가능지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농촌진흥청 제공]

노지에서 장기간 재배하는 우리나라 과수작물은 이러한 기후변화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봄 시기는 얼마 전부터 눈에 띄게 빨라졌다. 봄이 시작되는 시기는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국제학술지 ‘뉴 파이톨로지스트(New Phytologist)’ 최신호에 실린 이화여대와 미국·영국 공동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1922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100년간 매화는 약 53일, 개나리는 약 23일 개화 시기가 당겨졌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모든 작물은 생육에 필요한 적정 온도가 있으나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량이 불안전하거나 과실 품질이 나빠진다. 2020년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SSP)에 맞춰 농진청이 새롭게 제작한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를 살펴보면, 2050년대에는 우리나라 주요 6대 과일의 재배 지역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는 현재 재배시스템(품종, 작형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다.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의 한현희 연구사는 “온난화 영향으로 2050년대에는 과거 30년(1981~2010년)에 비해 국내 사과 재배 적지가 90%, 배는 35%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2090년대에는 사과·배의 고품질 재배 가능지가 아예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삭하고 달콤하기로 유명한 한국의 배·사과이지만, 가까운 미래에서는 더 비싼 가격에 맛이 떨어진 상품을 먹게 될 수 있다.

“복숭아·포도 재배지 감소·품질 저하 예측”…감귤은 재배지 증가

“세계 평균보다 빨라”…사상 최악이라는 한국의 ‘이 속도’ [식탐]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를 적용한 복숭아 재배지 변동 예측 [농촌진흥청 제공]

복숭아 역시 2050년대엔 재배가능지 면적이 급격히 감소하고, 2090년에 이르면 전 국토의 5.2%만이 재배가능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포도도 마찬가지다. 재배 적지의 지역은 2030년대 중부지역에서 207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 지역으로 변동될 것이며, 재배 적지 면적의 급격한 감소로 품질 저하가 우려됐다.

반면 아열대 과수작물인 감귤은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총 재배 가능지가 증가되고, 남해안 일대로 재배 한계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연구사는 “빨라지는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진청은 다양한 방면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사과의 경우 고온에서도 빨간색을 띄는 품종이나 노란색 사과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배는 따뜻한 겨울과 고온에서도 우수한 품질을 보이는 품종을 육성 중”이라고 했다.

“세계 평균보다 빨라”…사상 최악이라는 한국의 ‘이 속도’ [식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