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일부러 빨리 흐물거리고 맛없는 종이로 만들어서 빨대를 덜 쓰게 하려는 건가요?”
종이 빨대가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 처음 도입된 시점부터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액체에 젖으면 금방 눅눅해져 빨아들이기 어렵고, 종이 특유의 맛이 음료 본연의 맛을 해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 대안으로 부각 된 건 환경에 더 좋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회용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못지 않게 환경에 좋지 않다는 반론이 꾸준히 나오는 데다 빨대 기능마저 못한다는 불만까지 더해지면서 종이 빨대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종이 빨대가 다시 도마에 오른 건 비닐로 된 포장재를 종이 빨대가 뚫지 못하면서다. 플라스틱 컵 위에 비닐 뚜껑을 씌우는 ‘공차’가 대표적. 비닐 팩에 든 음료 ‘카프리썬’의 빨대도 종이로 교체되면서 불편을 겪은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종이 빨대는 일반적으로 플라스틱보다 잘 썩고, 유연한 재질이라 동물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 빨대 하나가 썩는 데 통상 200년 안팎이 걸린다.
그렇다고 종이 빨대가 환경에 이로운 건 아니다. 종이 빨대 역시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종이 빨대 하나를 만드는 데 약 20ℓ의 물이 필요하고 다량의 표백제와 10회 이상의 공정 과정에서 약 5.5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종이 빨대는 액체에 쉽게 녹지 않도록 폴리에틸렌(PE) 등으로 코팅되는 경우가 많다. 코팅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한들 음료로 오염된 종이 빨대는 재활용하기 어려워 대개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플라스틱 빨대는 코에 꽂혀 피를 흘리는 거북의 사진이 알려지면서 전세계적인 공분이 일어난 뒤로 퇴출 수순을 밟았다.
그 자리는 종이 빨대가 빠르게 채워나갔다.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업체 데이터브릿지 마켓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전세계 친환경 종이 빨대 시장 규모는 1조7700억원 수준이다. 2029년까지 4조7338억원까지 커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으로 자리 잡은 데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 정책이다. 환경부에서 허용하는 친환경 소재로는 쌀·유리·종이·갈대·대나무·스테인리스 등이 있는데, 이 중 종이 빨대의 단가는 개당 35~45원으로 플라스틱 다음으로 저렴하다.
종이 빨대가 문제이니 그럼 플라스틱 빨대로 회귀해야 할까. 일회용 빨대의 재질 논란은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종이 빨대를 사용해 친환경 이미지만 얻어가려는 상술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이든 종이든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리는 빨대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빨대를 쓰고 싶다면 실리콘이나 스테인리스로 등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빨대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종이 빨대를 두고 불평과 질문이 이어지자 스타벅스 직원이라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같은 댓글을 남겼다.
“사실 개인 빨대를 들고 다니면 환경에도 좋고, 튼튼한 빨대가 스스로도 만족스러울 테니 가장 추천합니다. 약간의 귀찮음, 귀찮다고 표현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물로 헹구는 행위만 하시면 편함과 뿌듯함 둘 다 챙기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