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서울을 비롯한 중부 내륙, 호남 지역 일부에 지난 18일 오전에 내려진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체감 온도 33도가 넘는 찌는 듯한 더위로 말 그대로 숨이 턱턱 막히는 날이다.
이같은 폭염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인도에서는 최고 기온이 45도를 넘는 날씨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남부 지역에도 50도를 위협하는 살인적인 더위가 덮쳤다.
올해가 지구 역사 상 가장 더울 수 있다는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C3S)는 지난 15일(현지시간) “6월 1~11일 지구 표면의 대기 온도가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약 83년만의 최고 기온이다. 지난 7~11일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의 6월 평균 기온 대비 1.5도 이상 높았고 지난 9일에는 1.69도 높게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기온 상승이 이 1.5도를 넘어서면 극한의 기상 현상과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의 위험이 극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195개 국가들은 지구 기온을 1850년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많아도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한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올해 역사 상 가장 더운 6월이 바뀔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수 있게 됐다.
사만다 버지스 코페르니쿠스 부국장은 “우리가 일시적으로 1.5도를 넘었다고 해서 파리 협정 한도를 위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후의 변화는 며칠에서 몇주에 나타나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임계치에 가까워지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이달뿐 아니라 바로 지난 5월도 역대 가장 더웠던 5월의 기온보다 0.1도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해는 전지구적으로 5번째로 뜨거운 해로 기록됐다.
지난 8년 연속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2도 높아졌다. 1850~1900년 보다도 최소 1도 이상 높은 기온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짧은 시간 안에 다시 1.5도 상한선을 넘나드는 이상기온이 찾아올 거라는 게 전세계 주요 기후변화 감시기구들의 전망이다.
코페르니쿠스는 향후 12개월 이내에 지구 평균 기온이 다시 임계치를 넘어설 거라고 예상했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도 지난 5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5도 넘어설 가능성이 66%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는 ‘엘니뇨’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으로, 지구 기온 상승을 가속화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규모와 지속 기간이 큰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2022년에는 반대로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가 지속돼 왔다. 해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지난 3년 동안 적도 부근 깊은 바다에 갇혀 있던 열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도 지난 3~5월 봄철 평균 기온이 전국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50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폭염주의보 발령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2021년에는 7월1일, 2022년에는 6월 25일에 폭염특보가 처음 발효됐다. 올해는 지난 18일 오전 11시 올해 첫 폭염특보가 서울에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