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런데 다양한 중독 증상에도 공통점이 있다. 중독자들이 중독행위를 하면서 드는 핑계가 다양하고, 그런 핑계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다.
정치에도 중독이 있는 모양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등장한 이후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예외 없이 부결된 것을 보면 민주당이 ‘방탄 중독’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방탄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나서 드는 이유도 다양하다. 지난번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경우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탄압”을 이유를 들며 “방탄”하더니 이번에는 한동훈 장관의 발언 때문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고 주장한다. 한 장관은 두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봉투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이런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모욕감을 느껴 부결표를 던진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욕감을 느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모욕감을 느꼈기에 국민이 정치적 혐오를 느끼게 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은 툭하면 국민과 국가를 들먹이는 ‘공인’들인데, 자신들의 모욕감을 그런 식으로 표현해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안겨줬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또 한 번 국회로 넘어올 경우를 대비해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고, 혹시 나중에 있을지 모르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이 대표의 ‘사당화(私黨化)’논란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검찰의 체포동의안 제출을 정치적 탄압으로 여겨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현재 민주당은 다양한 의혹 혹은 사안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지지층의 외연 확장보다는 핵심 지지층을 확실하게 챙기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생각해서 부결표를 던졌다는 시나리오다.
현재 민주당은 김남국 의원의 코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뿐 아니라 이 대표의 중국대사 관저 방문을 계기로 불거진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 문제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중도층은 고사하고 핵심 지지층마저 떠날 가능성이 있어 이 핵심 지지층을 ‘우선’으로 챙기는 정치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당성 무소속’인 두 의원에 대한 방탄에 성공했고, 그래서 당의 핵심 지지층은 지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총선을 생각하면 핵심 지지층만을 의식한 이런 행위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 6월 8일 발표된 NBS(전국지표조사: 6월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21.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나타난 정당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은 31%, 더불어민주당은 26%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는데 주목할 점은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34%에 달한다는 점이다.
무당층이 34%라는 것은 2022년 12월 셋째 주 조사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무당층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 각 정당이 어떤 전략을 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민주당은 일단 핵심 지지층을 단단하게 하고, 그다음에 중도층에게 어필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서 ‘이미지’란 하루아침에 생겼다가 없어지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정치인이든 정당이든 그들의 이미지는 ‘축적의 결과’라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의 행위는 유권자들의 머리 속에 차곡차곡 축적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방탄 민주당’이라는 이미지는 민주당에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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