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평리뉴타운 신축 입주 지연 사태
하자보수 놓고 입주민과 시공사 간 갈등
하자심사 계류건수 폭증…2021년 4957건
조정·판결 확정 전까지 입주민 불편 불가피
국토부, 분쟁 관련 위원회 통합 운영 검토 중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 대구 서구 평리뉴타운의 한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이미 입주기간이 지났지만 새집에 들어가지 못 한 입주자도 있다. 1418가구 규모의 해당 아파트 입주는 지난 3월 31일부터 5월 31일까지였다. 그러나 사전 점검 때 지적된 하자 보수가 완료되지 않아 집에 들어갈 상태가 아니라는 게 입주민의 주장이다. 입주민에 따르면 일부 가구는 내부 도배도 전혀 안 됐거나 욕실 수전 및 배수마개 등의 녹 발생으로 고장이 난 상태다.
입주민은 지난 2월 사전 점검 당시부터 하자 보수를 요청했지만 4개월이 지나도 시공사 측으로부터 언제까지 하자 보수 처리를 할지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시공사의 소극적 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6월 1일부터는 관리비가 부과돼,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관리비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이사일, 줄눈·탄성공사, 전자제품 및 가구 등의 예약일정을 미리 잡았는데 입주가 미뤄지며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시공사는 책임과 보상에도 명확히 답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이 최근 신축 아파트의 하자 발생 사태에 입주자와 시공사 간 갈등도 전국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 공동주택비율은 2021년 기준 전체 주택의 78%로, 공동주택의 시공과 분양 또는 임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자 문제는 심각한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1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가 신청받은 7686건의 조정 신청 중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계류 건수는 4957건에 달한다. 하심위는 소송으로 가기 전 조정이나 중재 등을 통해 해결을 돕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하심위의 조직 규모는 10여년 전과 같지만 해마다 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며 조정 처리가 밀려 계류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법원으로 가면 더 긴 시간이 걸린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일러도 20개월이 걸리고 3심까지 가면 5~6년이 걸릴 수도 있다.
임기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년도 신청 건수 69건, 계류 건수 30건에서 지난 10년간 엄청난 규모로 폭증했다”며 “하자 보수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 변화, 시공에서 감리의 영향이 제한적이라 부실시공이 이어지는 점 등이 복합 작용해 신청 건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가운데 조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입주 예정자들은 하자 수리를 하지 못해 생활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분쟁조정 단계에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현재 국토부는 하심위 등 복수의 분쟁 관련 위원회 통합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하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방문제도 또한 개선할 방침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3월 입주 예정자 사전방문제도를 개선해 아파트 내부 공사가 모두 완료한 상태에서 사전방문을 실시하도록 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공사가 하자 보수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보수기한 6개월로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