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이어 SK증권도

처벌 약한 위반·소홀 이유

채권형 상품에 손해배상

손실보전 금지원칙 무색

자본시장 근본질서 위협

KB증권에 이어 SK증권도 채권형신탁에서 발생한 투자자 손실을 증권사가 메워줬다. 두 증권사 모두 법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잘못을 해서 손해를 배상해준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잘못은 했는데 위법은 아니고 손해배상은 맞는데 손실보전은 아니라는 논리가 된다. 뭔가 좀 이상하다.

기본적으로 금융투자는 자본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하는 행위다. 원금이 보장(예금자보호한도까지)되는 예금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제55조)에서 금융투자업자 공통영업행위 규칙에 손실보전 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시장법 제 64조는 금융투자업자가 법령·약관·집합투자규약·투자설명서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업무를 소홀히 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손실 보전은 안되지만 손해배상은 가능한 셈이다.

손해 배상은 잘못한 쪽에서 하는 행위다. 법령·약관·집합투자규약·투자설명서 위반이나 업무 소홀이 배상의 근거다. 금융투자업자의 이같은 불건전영업행위에 대한 처벌은 많아야 1억원 이하의 과태료다. 다만 손해와 관련된 임원에 귀책사유가 있으면 연대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종합하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만 감수하면 손해배상 형식으로 사실상의 손실보전이 가능해진다. 투자자가 금융투자업자의 작은 잘못이나 소홀을 입증할 수 있다면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개인은 몰라도 거액을 맡기는 기관이나 법인이라면 충분히 꼬투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금융투자업계의 영업경쟁은 치열하다. 손실보전과 손해배상이 애매하면 자칫 우리 자본시장은 큰손 투자자들에게 원금보장의 천국이 될 수도 있다. 손해배상이 ‘마구’ 이뤄지면 금융투자회사의 짐이 무거워지고 이는 결국 주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SK증권이 이번에 배상한 손해는 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SK증권의 영업이익이 189억원, 순이익은 86억원이다. 1년치 이익보다 많은 돈을 배상금으로 지출한 셈이다. 회사 규모를 감안하면 내부통제 실패 등 경영진의 책임을 상당히 엄중히 물어야 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불건전영업행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시장이 모두 크게 흔들렸던 만큼 여러 유형의 편법·위법 사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모르지 않았을 관행들이 많을 듯 하다. 관행 묵인과 무관한 검사 출신 이복현 원장의 합리적 조치를 기대해 본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재발을 막을 제도적 보완이 더 중요하다. 잘못과 배상의 무게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큰 고객이라고 작은 잘못에도 무리하게 합의해 큰 배상을 했다면 경영진의 배임여부를 따져야 한다. 잘못의 원인인 내부통제 진단과 책임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문책 기준도 분명히 해야 한다.

‘큰 손’들 투자손실 물어주는 증권사들 [홍길용의 화식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