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강원도 ‘찐맛집’?”…‘관광객용 음식’ 대신 ‘현지인 미식’ 뜬다 [푸드360]
유튜브 채널 ‘또간집’ 강원도 원주편. [유튜브 영상 캡처]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누구는 ‘시장에 가서 쫄볶이를 먹으라’고 했고, 누구는 ‘뼈짬뽕를 꼭 맛봐야 한다’고 했다. 강원도 원주에 간다고 하니 한 마디씩 거드는 말이 이렇게나 달랐다. 정작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관광지 음식점으로 ‘막국수 맛집’을 추천하는 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음식점 광고·협찬 없이 맛집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또간집’에서도 진행자인 유튜버 풍자가 원주 거주민에게 추천받은 곳은 ‘복숭아 불고기’를 파는 소고기집이었을 정도다. 복숭아 불고기는 치악산 복숭아를 이용해 한우를 숙성시킨 음식으로, 최근 들어 ‘원주 대표 음식’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현지인이 다니는 숨겨진 맛집이 입소문이 나고, 이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가 식문화 스토리텔링과 접목되면서, 도심의 좁은 골목이나 지방 도시에서 유일무이하게 경험하는 ‘로컬 미식’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개성이 있는 독특한 식문화를 반영한 ‘미식 투어리즘(Gastronomy Tourism)’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여기가 강원도 ‘찐맛집’?”…‘관광객용 음식’ 대신 ‘현지인 미식’ 뜬다 [푸드360]
최근 서울 강남구 런던 베이글 뮤지엄 도산점. 사람들이 베이글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독자 제공]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 도산점은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는 베이커리로 유명하다. 그런데 특히 지난달부터는 긴 줄의 20~30%를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인 세라(26) 씨는 “SNS에서 한국인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꼭 와보고 싶었다”며 “서울 여행지로 꼽히는 명동 대신 강남에 숙소를 잡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달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카페거리 곳곳에서도 중국어·일본어·대만어가 뒤섞여 들렸다. 일본인 이토(24) 씨는 “리움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근처 카페에서 디저트를 즐기는 한국인처럼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술관 전시 예약을 하려고 여행 한 달 전부터 ‘공홈(공식 홈페이지)’에 매일 접속했다”며 “전시를 보고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알게 된 한국식 티하우스에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가 강원도 ‘찐맛집’?”…‘관광객용 음식’ 대신 ‘현지인 미식’ 뜬다 [푸드360]
이달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카페거리. 이곳 골목 곳곳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쉽게 눈에 띈다. 이정아 기자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방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한 고려 요인 1위가 ‘음식과 미식 탐방(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에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의 숨은 골목 7 맛집’ 가이드북을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번체, 4개 언어로 번역해 6월 중순 중으로 e-북을 발간할 예정이다.

여행객들이 현지인이 가는 로컬 음식점을 찾는 분위기는 일본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주요 식재료인 표고버섯의 경우 ‘감칠맛(umami·うまみ)’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유럽, 중동 등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미야자키현에서는 표고버섯 가루를 판매하는 상점을 찾는 여행이 생겼다. 한 상점은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감칠맛 가루(Umami Seasoning)’ 상품을 판매하는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먹는 일본 음식 인기 순위도 바뀌었다. 일본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카레·돈가스·간장라면·만두가 정통 일식으로 꼽히는 초밥·생선회·튀김을 제치고 상위 순위로 집계되면서다. 현지 전통 요리를 소개하는 여행 웹사이트 ‘테이스트 아틀라스’에 따르면, 최근 일식 부문 1위 음식은 카레였다.

이에 대해 하세가와 요시유키 코트라(KOTRA) 일본 도쿄무역관은 “관광 활성화에 발맞춰 식문화의 다양성이 고려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의 고유한 문화 체험 발굴이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가 강원도 ‘찐맛집’?”…‘관광객용 음식’ 대신 ‘현지인 미식’ 뜬다 [푸드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