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대법원에 ‘양형기준’개선 요구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이 한달에 1건 이상 나타나는 등 기업들의 경쟁력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 가운에, 관련 범죄의 양형 기준을 한층 끌어올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이같은 제안을 담은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해외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기업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국가경쟁력 위협 수준에 비해 기술유출시 실제 처벌 정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수준이 낮은 이유로 ‘법정형 대비 약한 수준의 양형기준’과 ‘악용될 소지가 크고 불합리한 형의 감경요소’ 등을 꼽았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총 93건이다. 한달에 1.6개 꼴로 유출이 지속된 것이다.
전경련은 대만·미국 등 주요 경쟁국의 경우 간첩죄를 신설하거나 범죄 피해액을 고려한 양형기준 가중 적용을 통해 핵심기술 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양형기준 상향조정’, ‘감경요소 재검토’ 등을 통해 실제 처벌 수준을 높이고,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국은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범죄와 관련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정작 실제 처벌은 미흡한 실정이다. 기술 보호 관련 대표 법률인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하고, 그 외 산업기술을 해외유출한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총 33건)을 검토한 결과, ▷무죄(60.6%) ▷집행유예(27.2%)가 대부분(87.8%)이었고, 재산형과 유기징역(실형)은 각각 2건(6.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대만과 미국 등은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양형기준을 피해액에 따라 가중할 수 있도록 하여 핵심기술 보호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과 최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에 대한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영역이 아닌 경제·산업분야 기술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홍콩, 마카오 등 해외에 유출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대만달러 500만위안 이상 1억위안(약 4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기술대국인 미국의 경우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등급을 조정하고 형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술유출은 기본적으로 6등급의 범죄에 해당하여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할 수 있다. 이 경우 188개월(15년 8개월)에서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전경련은 만약 우리나라 국외유출 1건당 피해액(약 2억3000만달러)에 미국의 연방 양형기준을 적용한다면, 32등급 범죄행위에 해당하여 121개월(10년 1개월)에서 262개월(21년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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