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5월 이후 코스피와 나스닥이 더욱 동조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광풍에 따라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이를 뒤따르면서 상관관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7일 헤럴드경제가 코스피와 나스닥 지수 등락률의 주간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5월 들어 상관계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6월 첫째 주까지 두 지수의 상관계수는 0.25이었으나, 기간을 5월 이후로 한정하자 0.87로 크게 증가했다. 상관계수는 -1과 1 사이 숫자로 표기하는데,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크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계수가 0.5 이상이면 의미 있는 상관성을 띠는 것으로 본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나스닥과의 상관계수 역시 크게 늘었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나스닥의 상관계수를 산출했을 때 0.33에 그쳤지만, 5월 이후로는 0.94까지 치솟았다. SK하이닉스와 나스닥의 5월 이후 상관계수는 0.87로 연초 이후(0.47)보다 급등했다.
나스닥과 코스피가 동조화된 원인으로는 AI 광풍에 따라 양국의 반도체 기업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월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33% 넘게 올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9.47%, 21.45% 올랐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 4월에는 코스닥 중심의 2차전지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면 5월은 AI 관련 반도체 업종들이 강세를 나타냈다”며 “중국보다는 미국과, 금융 등 산업을 두루 포괄하는 S&P500보다는 나스닥과 코스피가 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업종에 미국이 주도하는 성장 산업이 다수 분포하면서 중국 대비 미국 증시와의 연관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대미 수출액이 중국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미국과 관련된 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은 미국을 대상으로 72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미국이 한국이 1위 무역 흑자국에 올라섰다. 5월 대중국 수출액은 106억달러, 대미국 수출액은 94억달러다.
양혜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국내에서 외국인 매수가 강한 이유는 시장 내부 구조가 글로벌 성장 산업과 연결됐기 때문”이라며 “2010년 이후 미국 강세장이 나타날 당시에는 국내 증시에서 조선, 화학 등 성장과 무관한 업종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IT 관련 산업으로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수출 비중이 20년 만에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고, 추세적으로 중국 비중은 작아지고 있다”며 “미국이 가장 투자를 늘리고 싶어하는 업종은 반도체와 2차전지로 수혜가 예상된다. 반도체는 현재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태지만 중장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