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아파트값 1년 만에 반등

거래량 20개월만에 가장 많아

청약경쟁률 급등, 미분양도 줄어

대출, 세금 규제완화 효과 뚜렷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변수

“본격 상승한다는 판단은 아직 일러”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1.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84.99㎡(이하 전용면적)가 22억3000만원(20층)에 계약됐다. 실거래가 기준 지난해 4월 26억5000만원(17층)을 고점으로 10월 19억7500만원(20층)까지 폭락하더니, 이번엔 3억원 가까이 회복한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이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에서 더 이상 20억원대 초반 급매물은 찾아볼 수 없다.

#2. 23일 서울중앙지법 경매21계. 종로구 창신동 ‘두산’ 아파트 85㎡ 경매에 20명이 응찰했다. 앞선 3월과 4월 두 차례 진행된 경매에선 응찰자가 한 명도 없던 물건이다. 이날 이 아파트는 감정가(11억1000만원)의 64%인 7억10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를 시작해 9억5111만1000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5.7%까지 뛰었다.

서울 주택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거래량, 실거래가,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 주택 매수 심리, 청약 경쟁률 등 거의 모든 지표가 ‘반등’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단기간 워낙 많이 하락한 데 대한 ‘기저효과’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대폭락 공포’가 커지던 지난해 말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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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뚜렷한 집값 회복 지표들= 한국부동산원이 25일 내놓은 ‘주간 아파트값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번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3% 상승해 지난해 5월 첫 주(0.01%) 이후 52주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송파(0.26%)·강남(0.19%)·서초구(0.13%) 등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이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집값 반등 시기엔 언제나 거래량이 먼저 늘어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지난해 10월 559건으로 최저점을 찍더니 올 1월(1419건) 다시 1000건 이상으로 올라섰다. 이후 2월 2458건, 3월 2979건, 4월 3155건(25일 기준) 등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4월 거래량은 2021년 8월(4065건) 이후 가장 많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올해 초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저금리 대출 상품이 출시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급매물 위주로 집을 산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량이 늘면 중개업소엔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실거래가격’은 뛰기 마련이다. 지난해 12월(-3.56%)까지 8개월 연속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올 1월 1.1% 변동률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이후 2월 1.95%, 3월 1.61% 4월(1.22% 잠정치) 연속 오르고 있다.

분양시장엔 사람이 몰린다. 이달 2일 서울에서 분양한 서울 은평구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엔 121가구 모집에 9550명이 청약했다. 4월 말 기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206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지만 사람들은 다시 청약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5월22일 기준)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청약 1순위 경쟁률은 45.75대1이다.

급증할 것으로 우려됐던 미분양 아파트도 찾는 사람이 늘면서 감소세다. 올 3월 기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1만1034채로 전월(1만2541채) 대비 12% 줄었다.

주택업체들은 이런 분위기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월 ‘서울 주택사업 경기전망지수’는 106.6으로 전월(78)보다 28.6포인트나 뛰면서 13개월 만에 100 위로 다시 올라섰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향후 주택사업 경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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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 매수세 따라붙을 지 관건”= 곳곳에서 바닥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문가들 대부분은 아직 본격적인 상승장에 진입했다고 확신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박스권’ 흐름을 보이거나,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다시 빠지는 소위 ‘더블딥’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소장은 “지난해 주택시장을 괴롭히던 금리상승 부담은 진정된 상태지만, 올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황”이라면서 “주택 매수자들의 소득 여건이 나빠지고 있어 추가적인 주택 매수세가 따라 붙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라가는 추세다. 올 3월 기준 금융기관별 연체율은 0.33~5.07% 수준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0.08~1.66%포인트(p)씩 상승했다.

급매물이 팔리고 있다곤 하지만 아파트 매물은 전반적으론 증가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4369건으로 올 1월 초 4만9000여건 수준에서 오히려 계속 늘었다. 집을 팔고 싶은 사람들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란 이야기다.

전세시장 불안감도 여전하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수도권 전세는 당분간 입주량이 늘어 추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5월 1만6000여가구 수준이던 수도권 입주량은 6월 2만5000가구 규모로 늘어난다. 지역에 따라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급매물을 사려는 수요는 있지만 오른 가격에 계속 추격 매수할 주택 매수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관건”이라며 “향후 짧아도 3~4개월 정도 거래량 변화 및 집값 흐름을 보고 난 후 집값이 진짜 본격적으로 살아날 지, 더블딥으로 다시 빠질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