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엔비디아는 24일(현지시간) 2024회계연도 1분기(2~4월) 순이익이 20억4300만달러로 26% 증가하는 등 분기 시장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둔 국내 기업들의 재고 소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AI 개발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시스템을 주로 사용한다. 점유율이 90%가 넘는다. 업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곧 AI용 반도체에 대한 미래 시장성을 현실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는 범용 제품으로, 시장이 좋아지면 함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이 깊어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고 부담이 우선적으로 해소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재고는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31조9481억원으로 9.9%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7조1822억원으로 지난해 말(15조6647억원)보다 9.7% 늘었다.
이 같은 재고는 2분기 말 전후로 본격 소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서버 시장 확대에 따라 메모리 칩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최근 삼성은 최선단 기술인 12나노급 공정을 적용해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제품을 양산, 향후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폭 증가할 차세대 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 뿐 아니라 또다른 칩 제조사인 AMD의 GPU ‘MI-100’ 가속기 카드에 ‘고대역폭메모리(HBM)-프로세싱인메모리(PIM)’를 공급해, 향후 AI 시장 상승 국면에 따른 매출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GPU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챗GPT에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2E가 탑재돼있다. 차세대 엔비디아 GPU인 ‘H100’에도 SK하이닉스의 HBM3가 적용됐다.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D램이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현재 HBM 제품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서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4세대 제품 ‘HBM3’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4세대 제품인 HBM3를 양산하는 건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때문에 현재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순이었다. 올해는 SK하이닉스 점유율이 53%로 늘어나며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