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주당 등이 주최한 ‘돌봄노동자 노동 실태 증언대회’가 있었다. “돌봄노동자 91.7%가 비정규직이고 교통비나 초과 노동 등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방문 돌봄노동자 임금은 100만원에서 159만원에 불과하다” 등의 주장이 있었다. 민주노총이 돌봄노동자 12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직접 고용해 서울시민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다. 올해 돌봄노동자 수는 256명으로, 이들은 민간기관과 달리 월급제 정규직이다. 고정급 205만원에 교통비 15만원, 식비 13만원을 더해 기본급 233만원을 월급여로 받는다. 가족수당은 물론 휴일이나 야간시간대 등 시간 외 근로할 경우 규정에 따라 초과 수당도 받는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유급으로 병가나 휴직도 가능하다. 민간기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돌봄업계의 대기업’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런 기관이 지난해 서울시의회로부터 예산 100억원이 삭감돼 존폐위기에 처했다. 고비용·저효율의 방만한 운영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회서비스원 자료에 의하면, 2022년 한 해 돌봄 서비스 제공시간은 총 25만6000여시간에 서비스인원은 1775명이다. 인건비 예산은 79억5000만원이 집행됐다.
같은 예산이 민간기관 돌봄근로자(시급 1만1000원)에게 투입된다고 가정한다면 서울시민이 받을 수 있는 돌봄 서비스 시간과 인원은 각각 71만8000여시간과 497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서비스원의 2.8배에 달한다. 같은 예산이 사회서비스원이 아닌 민간에 지원된다면 돌봄이 필요한 서울시민 3195명에게 46만2000여시간의 서비스가 더 제공된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원 돌봄근로자들은 정규직, 월급제로 민간기관에 비해 2~3배 많은 임금을 받고 안정적인 고용조건에서 근무한다. 이 중 71.8%는 월평균 96시간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233만원을 받고 있다. 민간이라면 106만원을 받아야 할 텐데 말이다.
정리하자면 사회서비스원의 돌봄 근로자는 민간기관에 비해 2~3배 이상의 임금을 받으면서 서울시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시간과 인원은 3분의1 수준이다. 그렇다면 높은 임금에 걸맞게 어렵고 힘들고 수익성이 크지 않은 영역의 서비스를 해야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하다. 지난해 사회서비스원이 민간기관이 기피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비율은 20% 정도다.
게다가 사회서비스원 돌봄근로자는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엔 거의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사내 게시판에 ‘돌봄은 꼭 월~금 9~18시에만 받아야 합니다. 이후는 알아서 잘 사셔야 해요’ 등 서사원의 근무 체계를 비꼬는 듯한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다.
마라톤에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뛰는 선수들의 기량을 적절하게 조절해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사람이다. 페이스메이커가 아주 저만치 멀리 앞서 달려가면 선수들은 쫓아가지 못하고 이정표를 잃어버린다. 사회서비스원은 전국 돌봄근로자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학문 설악양지노인요양원 원장·서울시사회서비스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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