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세이코엡손 오가와 대표이사 현지 인터뷰

작년 한국엡손 매출 1905억원…116% ↑

“예술·엔터 강한 한국, 개발 핵심 파트너”

韓 기업들과 다방면 협업 가능성도 시사

오가와 야스노리 세이코엡손 대표이사가 23일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엡손 제공]
오가와 야스노리 세이코엡손 대표이사가 23일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엡손 제공]

[나가노(일본)=김현일 기자] “한국은 엡손에게 상당히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엡손의 글로벌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한국의 대기업들과 손잡고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기 위한 논의도 현재 진행 중이다”

프린터와 프로젝터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엡손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19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도에 기록한 1640억원과 비교하면 116% 증가한 수치다. 프린터가 여전히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55.4%를 차지한 가운데 코로나19 시기 실내 스크린골프장이 빠르게 늘면서 엡손의 프로젝터 사업도 수혜를 봤다.

23일 일본 본사에서 만난 오가와 야스노리 세이코엡손 대표이사는 이러한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시사했다.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에 위치한 세이코엡손 본사. 김현일 기자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에 위치한 세이코엡손 본사. 김현일 기자

세이코엡손 본사는 일본 도쿄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나가노현 스와시에 위치하고 있다. 국내에서 흥행을 거둔 일본 영화 ‘너의 이름은’의 배경으로 등장한 스와 호수로도 유명한 곳이다.

1942년부터 80년 넘게 스와시를 지키고 있는 세이코엡손은 시계 사업을 모태로 해 프린터, 프로젝트, 로봇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81개 회사, 8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엡손그룹의 전체 매출은 13조원을 넘어섰다.

공학도 출신인 오가와 대표는 1988년 세이코엡손에 입사한 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2020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기까지 세이코엡손의 성장을 함께 해왔다.

오가와 야스노리 세이코엡손 대표이사가 23일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오가와 야스노리 세이코엡손 대표이사가 23일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지난 달 한국을 직접 찾았다는 그는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에 특히 주목했다. 오가와 대표는 “한국의 대학교 주변 인쇄점들을 방문했는데 교육열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교육 산업의 성장성이 높은 한국과 긴밀히 의견을 나누면 관련 제품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문화예술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엡손은 예술,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관련된 프린터와 프로젝터를 개발하는 과정에도 한국의 관련 산업 동향을 반영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엡손은 한국 시장에서 스마트글래스 사업에도 나섰지만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철수한 바 있다. 오가와 대표는 향후 스마트글래스 시장이 커질 경우 한국에서 사업을 재개할 뜻도 밝혔다.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에 위치한 세이코엡손 모노즈쿠리 박물관에 전시된 스마트글래스 ‘모베리오’. 김현일 기자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에 위치한 세이코엡손 모노즈쿠리 박물관에 전시된 스마트글래스 ‘모베리오’. 김현일 기자

그는 “증강현실(AR) 시장의 성장이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고 있지만 엡손은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스마트글래스와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이 더 활성화된다면 언제든지 한국에 다시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엡손은 선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OLED 패널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 점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 좀 더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 중이다”고 강조했다.

창립 80주년을 맞은 지난해 오가와 대표는 ‘사람과 지구를 풍요롭게 하겠다’는 엡손의 기업 목적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전 세계 엡손 사업장에서 쓰는 에너지를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을 선언했다. 현재 한국은 물론 일본, 영국, 미국 포틀랜드, 필리핀에서 이미 RE100을 달성하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이밖에 폐지를 새 종이로 만들어주는 제지기기 ‘페이퍼랩(PaperLab)’을 개발해 내년 한국 출시를 계획 중이다.

오가와 대표는 “프린터와 프로젝터 등 주요 제품부터 친환경을 고려해 만드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러한 활동이 당장의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환경에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기업에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