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러시아 정치인들이 잇따라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 이유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표트르 쿠체렌코(46) 러시아 과학고등교육부 차관은 지난 20일 쿠바 방문 이후 귀국 중에 사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다음날인 21일 정확한 사인 등은 공개하지 않은 채 비행기가 남부 도시 미네랄니예보디에 비상 착륙했고 현지 의료진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고등교육부는 “쿠체렌코는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쿠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을때 몸이 좋지 않았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쿠체렌코의 사망 원인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CNN에 따르면 쿠체렌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면서 여러 지인에게 러시아를 떠날 것을 촉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러시아를 탈출한 지인과의 통화에서 “‘파시스트’ 침공 이후 그들(러시아)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은 사라졌다”며 모두 인질로 잡혀있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유력 인사가 숨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스크바 지역의회 의원 파벨 안토프(65)는 소셜미디어(SNS)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지난해 인도 여행을 갔다가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
안토프의 친구였던 정치인 블라디미르 부다노프도 같은 호텔에서 이틀 전 의문사했다.
러시아 기업가의 경우 지난해에만 최소 13명이 자살 또는 원인 불명의 사고로 사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들이 살해된 사건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배후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푸틴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독극물 테러 등 여러 차례 암살 시도가 있었으며 2020년에는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에 중독돼 의식을 잃었다가 회복했다.
2006년엔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영국에서 홍차를 마시고 사망했다. 시신에선 방사성 독극물이 나왔다.
언론인 폴리트코프스카야도 러시아군 체첸 주민 학살을 고발했다가 2006년 자택 인근에서 총격으로 사망했다.
2018년에는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자신의 딸이 영국 솔즈베리 쇼핑몰에서 독극물 중독으로 쓰러졌으나 다행히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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