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부문 반등이 경기 회복 관건”
“내수에 근원물가 둔화 더뎌”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한국은행이 역사상 가장 빠르게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한 결과 증권사·보험사 등 비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가능성이 가장 큰 취약점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금리인상 이후 우리경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는 계속 누증될 것”이라며 “잠재 리스크가 부문 간 연계돼 있고, 민간의 완충 여력도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취약부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여타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 금융기관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난 PF대출은 부동산가격 하락,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부동산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PF대출에 대한 신용리스크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상호연계성을 통해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증권사와 보험사가 전체 회사채의 약 40% 내외를 보유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비은행 중심의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보험사는 전체 회사채의 약 27%를, 증권 기관은 약 11%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 말과 비교해보면 보험사의 회사채 보유 비중은 34.4%에서 26.8%로 줄었지만 증권기관은 6.8%에서 11.1%로 늘었다.
한은은 또 우리나라가 주요국 중 가장 먼저 통화긴축에 돌입했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대출 구조로 이자 부담 증가가 컸다고 분석했다. 2022년 예금은행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가계대출의 75%, 기업대출의 65%가 변동금리였다.
특히 금리인상의 파급 영향은 장기 자금조달과 높은 레버리지(대출)에 의존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크게 나타났다. 이에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PF의 부실 위험도 높아졌다.
다만 보고서는 팬데믹 기간 우량 기업이 축적한 높은 이익과 가계의 초과저축, 고용 안정으로 부정적 영향이 어느 정도 완충됐다고 평가했다. 고금리에 부채를 상환하고 대출을 받지 않는 등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21년 12월말 38.4%에서 지난해 말 40.6%로 2.2%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동결한 최근엔 IT 부문과 대중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의 하방압력이 큰 상황이다. 내수가 경기하방 압력을 완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근원물가의 둔화흐름이 더딜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국내경기의 향방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의 종료시점에 따라 IT부문이 얼마나 빨리 반등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는 계속 누증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거시정책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입수되는 데이터를 통해 경기‧물가‧금융안정 리스크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운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보다 긴 시계에서 신성장 산업 육성, 공급망 다변화 등 중장기 구조개혁 노력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