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올해 1분기 가계대출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높은 대출금리에 부담을 느낀 가계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을 줄인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도 역대 최소 증가폭을 기록했다. 신용카드 이용액 등 판매신용도 9분기 만에 축소로 돌아서며 가계신용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39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8000억원(-1.0%) 감소했다. 지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 말과 비교해도 10조3000억원(-0.6%) 줄어들며 역대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이 721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조원(-5.5%) 급감하며 2007년 4분기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도 역대 최대 감소폭인 15조6000억원(-2.1%) 줄어들었다.
주택담보대출은 1017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조2000억원(2.5%) 늘어나는 데 그치며 역대 최소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대비로는 5조3000억원(0.5%) 늘어 증가폭이 커졌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기타대출은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 및 대출규제(차주단위 DSR 3단계) 지속, 연초 상여금 유입에 따른 대출금 상환 등의 영향으로 6분기 연속 감소했다"며 "주택담보대출은 전세자금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책모기지 취급, 주택거래 개선 등으로 개별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이 1년 전보다 15조1000억원(-1.7%) 줄어든 890조5000억원으로 통계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전분기 대비로는 12조1000억원(-1.3%) 감소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35조7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3조2000억원(-3.8%), 전분기 대비 9조7000억원(-2.8%) 감소하며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판매신용은 114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7000억원(7.2%) 늘었으나 전분기에 비해서는 3조4000억원(-2.9%) 줄어들며 지난 2020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박 팀장은 "연말 소비 증가 등 계절요인이 소멸하고,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등으로 신용카드 이용액이 줄면서 판매신용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이 전분기 대비 동반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은 전분기보다 13조7000억원(-0.7%) 줄어든 185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9조원(-0.5%) 감소하며 통계 편제 이후 첫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큰 폭으로 감소한 가계대출이 2분기에도 역대 최대 감소폭을 경신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 팀장은 "4월 가계대출이 소폭이나마 증가해 2분기 가계대출 감소세는 다소 둔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대출금리 하락, 부동산 거래 회복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2분기 전체 흐름을 얘기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