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까지 그만두고 노모 돌봤지만 간병 생활로 지친 끝에 범행

촉탄살인미수 혐의…1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1심 재판부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 있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간병하던 70대 노모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자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아들이 법원에서 선처받았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노모를 돌봤지만 오랜 간병 생활로 지친 끝에 범행에 이른 점 등이 고려된 결과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산지원 2형사부(부장 남천규)는 촉탄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최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의 어머니(77)는 중증의 파킨슨병과 척추협착증 등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했다. 노모를 돌보기 위해 A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경기도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했다. 하지만 노모는 극심한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2022년 1월, 흉기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다행히 당시 노모의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4개월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22년 5월, 노모는 A씨에게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 나를 죽여달라”고 호소했다. 이 말에 A씨는 범행을 결심했다. 집 안에 숯불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노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고, 실행했다.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다음 날 오전, A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 A씨의 누나가 집을 방문하면서다. A씨의 누나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A씨와 노모는 목숨을 건졌다. 이후 A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형법은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사람을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52조 제1항). 단, 미수에 그친 경우엔 감경할 수 있다.

재판 결과,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택했다. 재판부는 양형사유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신변을 비관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피해자가 계속해서 죽여 달라고 요청하자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를 돌보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헌신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A씨) 측도, 검사 측도 항소하지 않았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