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 가계약 취소 잇따라

가격 상승 심리 영향 미친듯

다만 시장은 여전히 매수인 우위

“집주인이 계약 파기한대요” 집값 오르자 거세지는 신경전[부동산360]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은 정보를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30대 이모 씨는 최근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급매로 나온 집을 계약하기 위해 계약금 일부를 송금했는데, 매도인이 이틀 만에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집값이 반등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집주인이 마음을 돌린 것 같다”면서 “수일 내 잔금까지 치르기 위해 준비까지 다 했는데 당황스러운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하락을 거듭했던 집값이 소폭 반등 기미를 보이자 매도자들이 계약을 취소하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호가가 지난해 기록한 최저가보다 20% 남짓 오른 상황에서, 더 비싼 값에 집을 팔 수 있다고 생각해 매물 가격을 올려 내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다른 예비 매수자 역시 “급매로 나온 매물을 잡아 이번주에 계약서를 쓰기로 했는데 매도인이 집값이 오를 거라 생각했는지 취소 의사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가격을 상향 조정해 집을 매수하고자 하는 수요는 크지 않다. 여전히 금리가 과거 대비 높은 편이며 경기 상황 등도 변수다.

추세 전환을 확언하기에는 거래량도 평균 수준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1분기 거래량은 8만3669건으로 직전 분기(4만7035건) 대비 77.9% 늘었고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2458건)은 2021년 8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거래량 자체는 상승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기준 5000건 안팎을 평균 거래량 수준으로 볼 때 데이터가 더 확보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고가 아파트는 하락폭이 크지 않았고 이외에 서울 아파트와 수도권, 세종 등은 반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거래량이 아직 정상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은 상황임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매도-매수자 협의가 되는 가격선에서 거래량이 붙는데 그 선이 아직 불분명해 매물이 쌓이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매수-매도자의 심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0일 전인 이달 초에 비해 매매 매물은 전국 시도에서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시도별로 살펴보면 광주가 842건(5.1%)으로 매물이 가장 많이 늘었고 서울·경기(3.0%)도 매물이 쌓였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중랑구를 제외 모든 자치구에서 매물이 늘었다. 강동·송파·은평·광진·관악은 매물이 5% 이상 증가했고, 강남·강북·종로·용산은 매물이 6%나 불어났다.

한편 전국 아파트 가격은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8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7% 하락한 것으로 조사돼 일주일 전(-0.09%)에 비해 낙폭은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