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징계 피하려는 ‘꼼수 탈당’ 비판 분출
박용진 “결의문에 ‘김남국’ 이름 없다” 비판
고민정 “자진탈당,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당사자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이어 ‘대규모 코인 거래 의혹’으로 논란이 된 김남국 의원까지 자진 탈당을 감행하면서, 당 지도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쏠린다. 이들은 “당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고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지만, 당 차원의 진상조사 또는 징계 결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 탈당’이란 비판이 나오면서다.
민주당 역시 논란이 된 의원이 자진 탈당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고, 이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는 ‘꼬리 자르기’식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비난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15일 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전날 6시간30분여 간 마라톤식으로 진행된 ‘쇄신 의원총회’에서는 두 시간여 앞서 탈당계를 제출한 김남국 의원과 이를 용인한 당 지도부를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본격 의총에 들어가기 전 비공개 전환 여부를 두고도 “국민 앞에 책임 있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공개 의총을 건의한 비명계(비이재명)계와 지도부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씨름 끝에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김 의원 탈당으로 중단 위기에 놓인 자체 진상조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민주당은 의총 직후 의원 전원 명의로 발표한 결의문에서 “개별 의원의 탈당으로 당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면서 “추가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엄정한 조사 후 징계하는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역부족이라는 당내 비판이 곧바로 뒤따랐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고, 우리 당 변재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빨리 소집해 이 건만 빨리 처리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이 내용이 결의안의 첫 번째 항에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없었다. 또 ‘김남국’ 이름도 없이 ‘가상자산 관련 의혹이 있는 의원’으로만 지칭했다”며 미온적 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윤리특위 제소는) 국회의원 제명까지도 가능한 이야기”라면서 “최종 결의문을 보고 매우 불쾌했다. 내용이 빠진 것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욱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저는 이미 지난 금요일부터 ‘김 의원이 탈당하지 말아야 한다, 탈당하면 당의 자정 능력이 없어진다. 탈당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코인 거래를 했는지에 대한 자진 신고센터를 만들자는 의견이나, 자진 신고를 등한시하거나 거짓 신고를 한 경우엔 다음 총선에 불이익을 주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가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최종 결의문에 빠진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자진 탈당을 선언한 것을 많은 분들께서 가볍게 여기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정치적 사망 선고를 스스로가 내린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지도부와의 ‘사전 교감’ 의혹에 대해선 “사전조율을 할 것이라면 (이재명 대표가) 굳이 윤리감찰단 지시를 하지 않았어야 논리적으로 맞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표가 전날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재신임’ 목소리도 분출했다. 특히 설훈 의원은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사퇴까지 언급했다고 알려진다. 또 다른 의원은 “재신임을 받고, 그 힘으로 돌파하라”는 고언을 했다고 한다. 박용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도부가 좌고우면해 늑장 대응해서 당이 다 죽게 생겼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