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대출 문을 좁히면서 올해 1분기 중금리 신용대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축은행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저축은행들이 자산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제2금융권을 이용하던 금융소비자들은 자금을 융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들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금액은 총 1조668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7595억원보다 1조910억원(3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민간 중금리 대출 건수도 14만6683건에서 11만516건으로 3만6167건(24.7%) 줄어들었다.
저축은행업계 자산 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분기 6760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시행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3610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중금리 대출 규모를 1910억원에서 125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해 1분기 1956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실시했던 다올저축은행은 1182억원으로 줄였고 애큐온저축은행(1806억→1112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1656억→1001억원) 등도 일제히 감소를 나타냈다.
중금리 대출이 대폭 줄어든 것은 지난해 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저축은행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금융회사가 신용등급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 금리 이내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을 말한다. 금융사가 해당 실적을 달성할 경우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중금리 대출 상한선은 17.5%인데, 조달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이 상한선을 맞추기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험과 연체율 증가 우려 등이 불거지면서 저축은행업계는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에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자들은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중금리 대출에서 밀려난 경우 저축은행이나 다른 제2금융권에서 중금리가 아닌 고금리 상품을 이용해야 하고,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우려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상반기 안에는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시장금리도 지난해보다 내려갔지만 실제로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는 3~4개월 가량 시차가 있어 중금리 대출이 늘어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많이 올라서 중금리 대출뿐 아니라 모든 대출이 다 보수적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하반기로 가면 대출이 점차적으로 회복되겠지만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