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시즌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성적표 공개로 개막했다. 작년 4분기 대부분 ‘적자’ 쓰나미에 휩쓸려 충격을 입었던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전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적자를 탈출하거나,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늘릴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작년 연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국내 증시 ‘상저하고(上低下高)’ 예측을 완전히 깨고 ‘2차전지 소재주(株)’ 등 특정 섹터를 중심으로 벌어진 코스닥 강세장과 채권금리 하락 등에 힘입어 증권업계 전반에 훈풍이 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 전분기 ‘적자’서 일제히 탈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NH, 우리는 증권사 없음) 계열 증권사 4곳을 비롯해 BNK·DGB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2곳 등 6곳이 최근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가장 실적이 두드러진 곳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2642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분기(2022년 4분기, -1043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도 영업이익이 74.85%나 증가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올해 1분기에는 흑자를 기록했던 작년 4분기(1370억원) 대비 83.58%나 높아진 2515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해도 55.44%나 커진 수치다.
5대 금융지주 계열사 중 남은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모두 올해 1분기 각각 1272억원, 96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분기 기록했던 적자(-1651억원, -1977억원)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7.56%, 21.38% 감소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BNK금융지주 계열인 BNK투자증권과 DGB금융지주 계열인 하이투자증권 모두 1분기 영업이익으로 각각 691억원, 163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BNK 460억원, 하이 -482억원)와 비교했을 때 BNK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50.22% 늘었고, 하이투자증권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BNK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모두 작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는 영업이익이 32.19%, 66.94% 줄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꽁꽁 얼어붙었던 작년 4분기의 ‘쇼크’에선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이라면서도 “여전히 작년 1분기 실적만큼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빅5’ 증권사 1Q 영업익, 전분기比 최대 9배까지
지난달 말 실적을 공개한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의 실적 역시 전체 증권업계 1분기 실적 전망이 밝을 것임을 보여준다.
한화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지난 1분기 각각 419억원, 26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가율은 무려 전분기 대비 2364.71%, 1757.14%에 이른다.
아직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주요 증권사들에 대한 1분기 실적 전망 역시 대부분 ‘장밋빛’에 가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함께 ‘빅(Big) 5’로 꼽히는 증권사들 중 작년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실적이 가장 극적으로 변화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142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 2648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405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75.93%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증권(2395억원)과 미래에셋증권(1915억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8.9배, 2.4배나 커진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외 다른 증권사들도 1분기에 전 분기보다 개선된 실적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 실적 개선의 핵심…IB 부문도 개선
1분기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데는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부문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6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5.3% 늘어났다. 특히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9조6000억원)이 코스피(8조원)를 앞섰다.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 등 ‘에코프로 그룹주’로 대표되는 2차전지 소재주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코스닥 내 일부 섹터 중심의 쏠림 현상으로 거래량이 급증한 것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3월 주주총회 기간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 열풍이 불며 주주활동 대상 기업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기도 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개인투자자 중심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 분기보다 20% 안팎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 증권사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채권 금리가 올해 1분기에는 가파르게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 채권 운용 부문에서 대규모 평가이익이 인식됐다.
기업금융(IB) 부문도 직전 분기보다 분위기가 나아졌다. '연초 효과'로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며 IB부문 채권발행시장(DCM)의 수익이 늘었고, 코스닥시장 강세로 중소형주 중심의 기업공개(IPO)도 활발했다.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 속에 증권주도 연초 대비 크게 올랐다. KRX 증권 지수는 연초 대비 지난달 28일 종가 까지 7.12% 상승했다.
다만 증권 업황이 반등했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국·업계의 유동성 지원으로 대규모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잔존 우려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봤으며, 정민기 연구원은 “지난 1분기 나타난 높은 거래대금 수준은 특정 테마의 강세에 기반한 현상이라 지속성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