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폭락 사태로 드러난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종목인 다우데이타 지분을 대량 매도해 이익을 거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증권사 오너가 주가조작 의심 세력과 공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도의적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시세조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폭락 직전 보유 지분 매각으로 차익을 거뒀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수년 전부터 투자자를 대거 모집해 불법 일임 매매로 이번 사태 종목들의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이익을 본 사람’을 꼽으며 사실상 김 회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같은 의심의 시선은 ‘시세조종은 대주주를 포섭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증권가의 경험칙에서 비롯됐다. 대주주가 협조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묵인이나 방조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대형 증권사를 핵심 계열사로 둔 그룹 소유주가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불공정거래인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시세조종 혐의로 처벌되면 증권사 대주주 자격이 박탈돼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우키움그룹 측도 이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라 대표는 저희도 (김익래) 회장님도 알지 못한다. (라씨와) 전혀 일면식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 측은 다우키움그룹의 지주사격인 다우데이타의 주가 급등에 대해서도 이상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우데이타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종전 1만∼2만원대 사이를 횡보하던 주가는 지난해 10월 13일 1만3600원(종가 기준)에서 올해 2월 7일 5만3200원까지 291% 급등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5만원 안팎을 유지했으며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 중 140만주(매매가 총 605억원)를 팔기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에도 4만84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키움증권의 최대주주는 다우기술로, 키움증권 지분 41.2%를 보유하고 있다. 다우기술의 최대주주는 지분 45.2%를 보유한 다우데이타다. 다우데이타 지분은 김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대부분을 갖고 있다.
황 사장은 ‘키움증권→다우기술→다우데이타’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언급한 뒤 “연결 기준 다우데이타의 영업이익이 코스닥시장 1위”라며 “지주사로서 역할을 하는 게 (주가 상승으로)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코스닥협회가 12월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2022년 사업연도 실적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다우데이타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767억원으로 에코프로비엠(3807억원), KG ETS(3562억원) 등 2·3위 기업과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다만 지난해 다우데이타의 영업이익은 주식시장 위축 때문에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특히 다우데이타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때는 각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다는 점에서 업황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태였다.
주가가 단기간에 이유 없이 크게 오르면 작전 세력이 붙었다는 의심을 갖거나, 확인되지 않은 풍문 정도는 접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주가조작 세력 덕분에 개인적인 이득까지 봤다면 도의적 책임도 불가피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지위고하나 재산의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며 사실상 김 회장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