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특별법’ 제정 및 ‘형량 강화’ 예정
野 “핵심 빠져있어…심의 과정서 노력”
‘시급성’·‘돈봉투 의혹’ 등 부담 작용할 수도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 예정된 미국 국빈 방미에 앞서 민생현안을 재점검하며 전세 사기 대책 마련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전세사기 특별법’을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보인 당정 방안에 대한 입장차가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방미 기간 국정 운영에 공백이 없게끔 하라고 참모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회의에선 ‘전세사기’와 관련한 내용에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순방을 위해 떠나야 하니 부재중 점검을 위한 민생·안보 회의를 하신 것”이라며 “전세사기가 압도적으로 얘기가 많았고 지금 대책이 나와 있긴 하지만 한시가 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안이 실행되도록 하라고 지시를 하셨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날 전세사기 대책 협의를 통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한시적 특별법 제정과, 대규모 재산범죄 가중 처벌을 위한 특정경제범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경매로 넘어간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 ▷임차 주택 낙찰 관련 세금 감면 ▷낙찰 여력 부족 시 장기 저리 융자 지원 등이 있다. 또한 피해자가 주택 매입 대신 임대로 계속 거주를 희망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서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하고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또한 특경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가 제각각인 전세사기 범죄일지라도 이를 모두 합쳐 높은 형량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특별법 제정과 특경법 개정은 입법 사안인 만큼 의회 의석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의 협조 역시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당정의 대책 발표 직후 “피해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했다기에는 부족하다”고 비판하며 입장차를 보였다. 당정 역시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우선 보상한 뒤, 전세사기범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 구제 후 구상권’이란 야당 방안엔 동의할 수 없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 여당은 수개월이나 법률안 제출을 미루다가 전세보증금 환수 방안을 뺀 채 우선매수권과 세금 감면안을 내놓았다”며 “이미 전 재산을 잃고 시름에 빠진 피해자들에게 임차주택을 다시 낙찰받으면 세금을 감면하고, 장기저리로 융자를 해주겠다는 것은 온전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종합적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세사기 피해 구제 방안 마련의 시급성 등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실제 반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1일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대책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또한 ‘돈 봉투 의혹’이라는 민주당 내부 사정 역시 당장 이번 주 예정된 본회의서 반대 의견을 내는 데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