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세종 소재 천연음극재 생산시설 방문

생산량 年 7만4000여t…자동화 체제 눈길

아프리카 원료·신기술·신공장 혁신도 시도

높은 전기료가 숙제…“정부 지원 있었으면”

[르포] 1300도 ‘뜨거운 열’ 활활…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은 쉬지않고 돌아간다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세종공장의 생산설비 전경. 포스코퓨처엠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생산공정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1년 사업 진출 당시 1기당 연간 500t이던 생산능력은 현재 1기당 2500~3000t까지 늘었다. 또 5000t까지 이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헤럴드경제(세종)=김성우 기자] #. 지난 20일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2공장. 오랜만에 내린 비로 기온이 15도를 밑도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공장 내부는 약 30도로 훈훈했다. 40m 길이의 소성로에서 최대 1300도의 열을 가하는 소성 작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였다.

포스코퓨처엠의 세종1공장과 2공장에서는 배터리 소재로 사용하는 천연음극재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생산량은 연간 총 7만4000여t(톤) 규모에 달한다. 최근 수요가 많아지면서 공장은 더 분주해졌다. 2공장을 기준으로 공장 내 작업자는 4명뿐이다. 공정 전체를 통틀어도 2공장 근로자는 24명밖에 되지 않았다. 천연음극재 사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광열 포스코퓨처엠 음극재2공장장은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의 경쟁 업체보다 앞서는 것이 자동화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과 미·중 무역 갈등 여파 속에서 이차전지 소재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내놓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 따라 이차전지와 소재 생산국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규정되면서다. 국내에 생산라인을 보유한 포스코퓨처엠의 배터리 소재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종 천연음극재 공장과 포항 인조음극재 공장을 두 축으로 하는 음극재 사업이 기둥이다. 음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17%를 차지하는 주요 소재 중 하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는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다.

[르포] 1300도 ‘뜨거운 열’ 활활…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은 쉬지않고 돌아간다
정광열 포스코퓨처엠 음극재2공장장이 제조라인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퓨처엠 제공]

글로벌로 범위를 확장하면 포스코퓨처엠의 시장 점유율은 약 8% 수준으로 추정된다. IRA의 주요 타깃인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일본 히타치·미쓰비시 등과 세계 3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히타치와 미쓰비시가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포스코퓨처엠의 입지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포스코그룹 내에서도 음극재 산업에 대해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세종 음극재 2공장 입구에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018년 방문 당시 친필로 작성한 ‘향후(Next) 50년. 음극재가 신성장 엔진입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도 “회장님이 가는 곳마다 다양하게 글귀를 적어주신다”면서 “음극재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력은 앞서 언급한 자동화다. 대부분 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음극재 2공장 입구에 있는 자동화 창고는 원료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이 무인화 체제다. 20m 높이의 8개 창고 라인에 있는 원자재를 4개의 크레인이 꺼내 컨베이어벨트에 올려 후퍼(Hooper·공기를 분사해 소재를 움직이는 장치)로 보내면, 작업자가 소재 주머니를 갈고리에 끼워 견인한 후 후퍼 입구에 소재를 투입한다.

[르포] 1300도 ‘뜨거운 열’ 활활…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은 쉬지않고 돌아간다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세종공장의 자동화 창고 모습. 약 3000t의 원료와 제품을 자동 입하 및 출고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다. 포스코퓨처엠은 자동화 창고를 비롯해 원료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의 전 공정을 무인 자동화했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총 8개의 후퍼에 투입된 흑연은 5층 높이의 파이프에서 표면처리를 거치고 각각 8개의 소성로로 이동한다. 여기서 흑연은 용기에 담겨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한다. 이후 전기로 만든 최대 1300도의 열을 가하면 음극재 물질로 거듭난다. 이어 균질화와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추가로 이뤄진다.

2011년 사업 진출 당시 소성로 1기당 연간 500t이던 생산능력은 현재 연간 2500~3000t까지 늘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5000t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정규용 포스코퓨처엠 음극재소재실장은 “중국 업체들이 갖고 있는 원자재 조달과 저렴한 인건비 장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계화 자동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면서 “음극재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작업 공정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경쟁력 높이기도 한창이다. 우선 천연 흑연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올해부터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천연 흑연을 들여온다. 탄자니아산 흑연은 이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중국산보다 더 들지만, 정부 당국의 간섭이 덜해 안정적인 수급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친환경미래소재연구실 수석연구원은 “3~4년전부터 다양한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 힘써왔다”면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IRA도 대응하고, 회사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르포] 1300도 ‘뜨거운 열’ 활활…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은 쉬지않고 돌아간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양산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세종공장 전경. 포스코퓨처엠은 연산 8만2000톤(고성능 전기차 기준 약 160만대 공급 가능)의 음극재 생산능력을 갖췄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포스코퓨처엠은 독자제품 ‘저팽창 천연 음극재’의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꼭 필요한 안정성, 수명, 충전속도 성능을 크게 높이면서 가격을 낮춘 제품이다. 저팽창 음극재로 인한 수익은 내년부터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공장 2단계 증설을 목표로 추가적인 공장 건설도 진행형이다. 연내 공장이 증설되면 세종공장의 연산량은 2만8000t 증가한다. 최근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고객은 90%가 국내 기업이지만, 최근 해외업체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어려운 점들도 있다. 이물질 없이 천연 흑연을 효율적으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통한 소성 작업이 필수인데 여기에 따른 막대한 전기료가 가장 큰 숙제다. 국내 전력 단가는 1kWh당 144원 수준으로, 경쟁국인 중국(1kWh당 114원)이나 북미권 미국(1kWh당 79원), 캐나다(1kWh당 46원)보다 높다.

정 실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의 50%를 차지하는데, 여기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면서 “2011년 누구도 하지 않던 음극재 사업을 시작해 지금에서야 결실을 보는 가운데 전기료 등 추가적인 지원이 있다면 국내 배터리 산업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포] 1300도 ‘뜨거운 열’ 활활…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은 쉬지않고 돌아간다
포스코퓨처엠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흑연계 음극재 제품. 음극재는 배터리의 충전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 원가의 약 17%를 차지한다. [포스코퓨처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