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최근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는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금조달을 위한 은행들의 채권 발행 규모가 늘어나며,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여기에 한전채 등 우량 채권의 발행 증가 또한 점쳐지며, 채권시장 수급 부담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안정에 은행채 발행↑…대출금리는 다시 오른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19일까지) 국내 하루 평균 은행채 발행액은 약 4600억원으로 전월(3245억원)과 비교해 13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중순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를 기존 만기 도래 물량의 100%에서 125%까지 확대한 것에 이어, 올해 은행채 금리의 하향 안정세가 나타나며 발행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5.467%까지 치솟았던 은행채 금리(AAA, 5년)는 3월 이후 지금까지 3%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은행이 감당해야 할 만기도래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올 2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물량은 총 62조8611억원으로, 지난 1분기(48조7008억원)와 비교해 30%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만기 도래 물량만을 감당한다고 해도, 최소 2분기까지는 발행량 증가가 예상되는 셈이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권의 자금조달 역할을 했던 은행 예금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금리 매력도가 떨어진 영향이다. 은행채 금리 상승과 함께 5% 초반까지 치솟았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금리(1년 만기)는 이날 기준 3.35~3.5%로 모두 기준금리(3.5%)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총수신 잔액도 지속해 감소하는 상황인 탓에 은행들이 자금조달 방책으로 채권 발행을 택할 요인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늘어난 은행채 발행량이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를 시장에서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경우 은행채 금리는 상승 압박을 받는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한 대출금리는 덩달아 상승한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물품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원리와 같다.
대출금리, 한전채 등 우량 채권시장 향방에 달렸다
한전채 등 우량 채권의 발행량 증가 또한 경계해야 하는 요인이다.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며, 한전채 발행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전채 발행 규모는 올 1분기 만에 8조원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72%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채는 대표적인 초저위험 우량 채권으로, 수요가 많아 ‘자금시장 블랙홀’로 불린다. 따라서 늘어난 한전채에 수요가 몰릴 경우, 은행채의 가격 인하(금리 인상)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은행권에서 은행채 발행 대신 다른 조달 방법을 찾으려 해도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다. 결국 예금금리 등을 인상해 수신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예금금리 인상 또한 곧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 등 준거금리 인상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려 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은행채 금리와 예금금리가 떨어진 상황이지만, 건전성 및 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이 계속될 경우 예금금리 또는 은행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다. 올해 채권시장 유동성이 지난해와 비교해 여유가 있고, 이에 따라 발행량이 충분히 흡수될 경우 실제 금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이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발행량 증가가 무조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힘들다”며 “기관 수요 등 유동성도 크게 공급되는 상황에서 발행 금리가 크게 튈 위험은 적다”고 말했다.
다만, 한전채 등 변수의 위험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김 연구원은 “한전채가 전기료 인상 등을 감안해 발행량을 크게 늘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난해처럼 급격하게 한전채 발행량이 늘어나고, 은행채도 동반해 증가한다면 구축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