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순매출 약 9조7600억원…전년 대비 90%↑
EUV 장비 전체 순매출의 54% 차지
반도체 불황에도 주요 기업들 수요 꾸준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반도체 업계 ‘슈퍼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반도체 한파’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10조원에 달하는 실적을 냈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또다시 경신했다.
ASML은 올 1분기 순매출 67억4600만 유로(약 9조7600억원), 당기순이익 19억5600만 유로(약 2조8300억원)를 달성했다고 19일 밝혔다. 매출 총이익률은 50.6%다. 직전 분기(4분기) 대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4.9%, 7.1% 증가했다.
기술로 보면 극자외선(EUV) 관련 장비가 전체 순매출의 54%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49% 수준이었던 관련 기술 매출의 비중이 올해 1분기 더 확대된 것이다. 로직 반도체를 위한 장비가 매출의 70%, 메모리 반도체를 위한 매출이 30%를 차지했다. 판매 지역으로는 TSMC가 있는 대만이 49%를 차지하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ASML의 최대 고객사 지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에 대한 판매는 지난해 4분기 28%였던 비중이 올해 1분기 26%로 2%포인트 감소했다.
작년 1분기 매출(35억3400만 유로), 순이익(6억9500만 유로)과 비교하면 각각 90.9%, 181.4% 대폭 증가한 수치다.
ASML에 따르면 1분기 예약매출은 37억5200만 유로(약 5조4300억원)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의 예약매출 16억 유로(약 2조3100억원)가 포함됐다.
피터 베닝크 ASML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1분기 호실적에 대해 “신속한 장비 설치와 조기 인수로 EUV 와 DUV(심자외선) 장비 매출이 예상치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UV, DUV(심자외선) 등 ASML이 생산하는 장비의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앞서고 있는 만큼 2분기에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올 2분기 매출은 65억~70억 유로, 매출총이익률은 50~51%로 예상된다. 또 ASML은 올 한해 순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닝크 CEO는 “올해도 여전히 전반적 수요가 ASML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쏟아지고 있다”며 “현재 백로그(수주물량)이 389억유로 이상인 상태로, ASML은 장비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EUV 장비 가격은 대당 2000억~3000억원 수준이며 연간 생산량은 50대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칩 기업들의 첨단 기술 구현을 위해서는 ASML의 노광장비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