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제주도가 요즘 해외로 나가려는 국민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러 요인 중 하나인 국민의 오해를 풀려고 “비싸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바꿔말하면 모든 것이 비싸지 않은 제주도 여행은 지금이 적기이다.
음식 값은 육지 보다 쌌으면 쌌지 비싸지 않다. 도민과 여행객을 차별하는 횟값 때문에 20년 전까지 문제가 많았는데, 당국의 조사로 철퇴를 맞아 정상화된 지 오래이다. 제주도의 문제는 아니지만, 항공료도 싼 것이 많아졌다. 에어카텔 2박3일에 20만원대 상품도 나왔다. 서양 속담처럼 가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특히 제주의 갖가지 이야기, 신화 스토리와 함께 하는 여행은 더더욱 돈이 들지 않는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신화역사공원과 가까운 제주 올레길 9코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계곡부터 용왕 아들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박수기정, 군산오름 얘기가 흥미롭다.
드라마 ‘추노’ 촬영지 안덕계곡은 평지가 갑자기 밑으로 꺼진 지구대 같은 지형에 물이 흐르고 무성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마치 새로운 모험을 하기 위해 떠나는 탐험로 같은 기분이 들게한다. 주상절리 사이로 만들어진 동굴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 때 캠핑했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안덕계곡 탐험을 마친 뒤 다시 위쪽 ‘평지’로 올라가 대평 쪽으로 가다가 우회전하면 월라봉을 만날 수 있다. 대평 박수기정의 윗편에 있다. 가로수용 열대 식물을 공급하는 재배지가 나오는데, 여기서 월라봉 등산로와 박수기정 절벽 윗편으로 가는 한밭소낭길이 갈라진다.
능선을 따라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고, 진지동굴과 여행자 운동 기구가 나란히 있다.
아찔한 높이에서 산방산 절경을 담을 수 있는 월라봉 바위, 화순금모래 해변 방향 수려한 꽃들이 장관을 이루는 창고천, 박수기정의 비밀스러운 해식애 윗편 평지와 산방산 방향 뒷 절벽 등을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월라봉에서 나가 대평리 박수기정 앞에 선다. 이 해식절벽 아래 바위에서 사철 끊이지 않는 샘물이 솟아나는데, 물이 나오는 곳이 박처럼 생겨 ‘박수물’이라 부른다.
용왕의 아들이 대평리에 살며 학업에 정진하려는데, 물이 밤낮 없이 흘러 공부에 방해가 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3년 간 학업에 정진하자 스승이 소원 수리를 했는데, “물소리 좀 안 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음 벽으로 해수면 높이 130m 박수기정을 만들고, 한라산 쪽으론 군산오름을 세워줬다고 한다. 대평은 순 제주말로 평지라는 뜻의 ‘난드르’인데, ‘용왕난드르’라는 부르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신화 때문이다.
군산오름은 해안가에 있는데도 해발 335m나 된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3분만 걸으면 정상에 오를수 있어 ‘땀성비’가 가장 좋은 오름 등산코스이다. 신계(神界)에선 용왕의 아들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장막이라 여기지만, 인간계(人間界)에선 군막을 쳐놓은 모양새라고 해서 군산이라 부른다.
이야기도 많고 절경도 많은 올레길 9코스 종점인 화순금모래해변은 산방산, 용머리해안 옆이고, 채권추심 의지가 전혀 없는 무욕의 섬, ‘가파도 그만 마라도 그만’의 2개 섬을 코앞에 두었다. 짠물 옆에 용천수 담수욕도 하는 곳이다.
할망들이 만들어 놓은 터전 위에 할망의 손자와 바다 건너 외지의 색시들이 혼인 동맹으로 문명을 일궈, 제주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 신화월드 라벨라 주방장은 이탈리아 출신 ‘미서방’이다. 본명은 미켈레 달체로. 그는 제주에 반해 한국인과 결혼한 제주의 외국인 사위이다.
한국에선 잘 안 먹는 달고기(Johndory) 요리를 선보여 여행자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한국 만두와 라비올리의 조화, 한국 수제비 옹심이와 뇨끼와의 하모니를 도모했으며, 제주 돌문어의 기막힌 맛을 이탈리아 건강 미식 기법으로 재탄생시켰다. 가파도의 청보리는 그의 손을 거쳐 동·서양 모두의 입맛에 맞는 소스로 거듭났다.
제주의 신화들이 끊임없는 문화접변을 얘기하고 있듯이, 제주는 지금 유럽, 태평양과 끊임 없이 대화하며 토종의 기반 위에서 이국에 이국을 더해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고 있다.
요즘 제주는 가성비 매우 높은 여행을 즐길 절호의 기회이다. 막상 가보면 제주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런 톱클래스 우리 관광 자원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10~20년 전의 오해를 여전히 가진 사람들이 일부 있어 “걱정마 안비싸”라는 간판을 내건 가게도 보인다. 비행기-호텔-자동차까지 에어카텔 2박3일 30만원 미만이 패키지도 많다.
가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그리스-로마 보다 많은 신화의 고을 제주가 육지 친구들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걱정마, 안비싸”라며.
abc@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