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조 교환사채 발행

주주환원 되돌려 자금난에 대비

SK이노 SK온 상장 수혜 공유도

다급한 자금조달 위한 포석일수

경영난 반증…관련 투자 신중히

대기업 집단 중에 SK그룹만큼 주식투자자들 공부를 꾸준히 시켜주는 곳도 없을 듯합니다. 올해도 여전하네요. 지난주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SK온 주식을 줄 수도 있다”고 하더니 어제는 SK하이닉스가 교환사채(EB)를 발행했습니다. SK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SK그룹 자금 사정이 꽤 어렵다는 방증입니다. 요즘 같은 때 돈이 급한 회사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나 어렵길래…SK하이닉스 EB 발행, 주주 환원 ‘되새김질’

먼저 SK하이닉스부터 볼까요. EB는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회사 주식으로 갚겠다는 증서입니다. 교환가액이 11만1180원이니까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SK하이닉스 주식 9주를 받겠네요. 덤으로 이자도 있습니다. 연 1.75%네요. 만기인 2030년 4월 1일까지 주식으로 교환하지 않으면 돈으로 받을 수도 있어요. 4년 후 조기 상환 청구도 가능합니다.

교환해주는 주식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자사주입니다. 주주 환원을 위해 회사가 사들인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푸는 것이니 주주들에게 그리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교환가액도 3일 종가의 무려 127.5% 수준입니다. 주가가 지금보다 3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주식으로 바꿀 이유가 없다는 뜻이죠. 이자를 노리고 투자하기도 애매하네요. 발행금리가 연 1.75%에 불과합니다.

SK하이닉스가 EB를 발행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입니다. 2021년 10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냈던 회사가 불과 1년여 만에 사정이 급변했어요. 지난해 실적을 보면 7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런 저런 비용을 떼니 순이익은 2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대차대조표를 보면 급한 사정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유동자산이 29조원에 달해 20조원이 조금 안되는 유동부채 보다 많은 것은 정상입니다. 그런데 유동자산의 절반 이상인 15조6640억원이 재고자산이네요. 또 유동부채의 37%가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이에요. 2021년 말까지만 해도 유동부채 가운데 단기 차입금 비중은 20%가 채 안 됐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금융수익보다 금융비용이 1조4000억원 가까이나 많았네요. 올해는 환율도, 금리도 많이 올랐으니 아마 차입금 부담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1분기 SK하이닉스는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입니다. 재고는 자꾸 쌓이는데 물건은 더 안 팔리니 운영비를 마련하려면 밖에서 빌려 와야겠죠. 그런데 이자가 무서우니 결국 ‘가지고 있는 자사주라도 팔아 현금을 만들어보자’는 게 이번 EB 발행입니다.

반도체가 잘 팔려 SK하이닉스가 다시 돈을 많이 번다면 다행이겠지만 장담이 쉽지 않네요. 인공지능(AI)산업에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중국이 문제예요. 어쨌든 최근 미국의 행보를 보면 결국에는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는 만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죠. SK하이닉스는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7%나 됩니다. 2020년에는 인텔의 중국 메모리반도체공장까지 무려 90억달러를 주고 샀지요. 이미 70억달러는 값을 치렀지만 20억달러가 남았죠. 만에 하나 이 공장이 제 값을 못하면 아주 잘못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장사는 안 되는데 그나마 있는 공장도 제대로 돌리지 못할 수 있는 게 지금 SK하이닉스 상황이죠.

‘주린이’ 공부시키는 SK…다급한 속사정은 [홍길용의 화식열전]

▶상장하면 대박(?)…SK온, 빚더미 탈출 위한 ‘희망고문’

다음은 전기자동차(EV) 배터리를 만드는 SK온입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죠.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에서 물적 분할돼 상장하면서 주주이익 침해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SK온은 상장을 못했죠. SK온은 아직 적자기업입니다. 상장을 못하면 다른 방법으로 외부에서 돈을 가져와야 합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2차례 제3자 배정 증자로 1조2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앞으로 SK온이 기업공개(IPO)를 하면 증자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투자 회수가 가능해집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발행 주식의 10%를 SK온 주식과 바꿔주는 방안과 SK온 주식을 구주 매출한 돈 일부를 특별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IPO 선언입니다. 물적 분할한 회사 상장하더라도 너무 나쁘게 보지 말아 달라고 시장에 양해를 구한 것이죠, 요즘 2차전지 관련주가 뜨겁죠. 과연 SK온 주식을 갖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고유가 수혜주인 SK이노베이션에 머무는 게 나을까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갑작스러운 감산 선언으로 고유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SK온은 지난해 적자만 1조원이 넘습니다. 영업 현금흐름은 무려 2조원 넘게 순유출됐습니다.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1조원이나 많습니다. 특히 단기 차입금은 5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이 속도라면 증자대금도 곧 소진될 수 있습니다. 돈을 급하게 구해야 합니다. 서둘러 IPO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SK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듯 보입니다.

SK온이 1조2000억원을 조달할 때 신주 발행가는 주당 5만5000원입니다. 2022년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따지면 4.25배, 주가매출액비율(PSR)로 따지면 3.31배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PBR과 PSR은 5.36배, 6.66배보다는 낮지만 삼성SDI의 2.98배, 2.55배보다는 높습니다. 매출도 수익성도 아직 삼성SDI만 못한데 과연 시장에서 그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그러면 FI들은 왜 SK온에 주당 무려 5만5000원에 투자했을까요? SK온 FI들은 2026년부터 2029년 현금 5%, 주식 5%의 우선배당을 받습니다. FI가 가진 주식은 IPO에서 신주가 5만5000원 이하로 발행되면 전환비율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FI들은 상장 때 공모가격이 주당 5만5000원을 하회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SK그룹으로서는 SK온 상장에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하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정한 공모가격이 제시되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도 과연 SK온 주식과 바꾸는 게 나은지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 많은 SK 주주가 상장 혜택을 보려면 특별 배당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SK온 측에서는 회사 재무 상황과 관련해 이런 설명을 해왔네요. 참조 바랍니다.

“영업 본격화에 따른 현금흐름 창출, 투자하는 국가의 인센티브 및 정책금융, 국내외 공적수출신용기관(ECA)들의 20억달러 파이낸싱, 합작법인(JV) 파트너사의 투자금 분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