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매도·동파입극도 등 4점
국립광주박물관 기증 받아
제목과 그림의 평만 전해져 내려오던 조선시대 후기의 귀한 그림이 미국서 귀환한다. 한국회화사의 공백을 채워줄 미공개 회화들이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조선시대 최대 서화 컬렉션으로 꼽히는 ‘석농화원(石農 苑)’의 기록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김진규(1658-1716) ‘묵매도(墨梅圖)’와 신명연(1808-?)의 ‘동파입극도(東坡笠 圖)’ 등 넉 점을 지난 3월 28일 기증받았다고 4일 밝혔다.
이 작품들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게일 허(Gail Ellis Huh)여사가 시아버지인 고(故)허민수(1897-1972)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의 조사와 교섭을 통해 허민수 선생의 연고지인 국립광주박물관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석농화원’은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자들 사이 ‘전설의 화첩’으로 불린다. 의관이자 수장가였던 김광국(1727-1797)이 일평생 모은 그림을 총망라했기 때문이다. 총 10권으로 구성된 화첩엔 정선, 심사정, 김홍도 등 한국 화가 101명의 267폭 작업이 수록됐다. 화첩엔 그림뿐만 아니라 당대 문사와 명사들이 짓고 최고 서예가들이 쓴 화제(시문)와 화평(그림평)이 붙었다.
석농화원은 현재 일부 그림만 전해진다. 그러다 2013년 말 서울 인사동 화봉갤러리 고서경매에 석농화원 육필본(글만 있는 초본)이 나왔다. 김진규의 묵매도는 이 책의 권1에 나온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김진규의 현존하는 작품 중 최고 명작으로 보인다. 18세기 사실적 화풍과 그 이전 담백한 화풍이 만나는 시점의 작품이다. 담채도 능숙하며 품격이 높은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신명연의 동파입극도는 귀양시절의 동파 소식(소동파·1037-1101)이 갑자기 비를 만나 삿갓과 나막신 차림으로 허둥지둥 비를 피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신명연은 화사한 화훼도로 유명하기에, 귀한 인물화다.
기증자 고 허민수는 전남 진도 출신의 은행가이자, 호남화단의 거장 소치 허련(1808-1893) 가문의 후손이다. 기증품 중에는 소치의 작품도 2점 포함돼 있다. 힘차게 뻗은 소나무를 그린 ‘송도 대련’과 8폭 ‘천강산수도병풍(淺絳山水圖屛風)’이다. 병풍 뒷면에는 의재 허백련(891-1977)이 쓴 표제가 남아있어, 두 사람의 깊은 인연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게일 허 여사는 지난 3월 28일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열린 기증서 전달식에서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작품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앞서 2017년 분청사기상감 ‘경태5년명’이선제묘지(보물)를 재단을 통해 환수 한 바 있다. 이번 기증으로 재단의 해외사무소를 통한 환수는 총 19건 305점에 이른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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