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터널’ 석화업계, 2분기부터 긍정적 전망 잇따라
중국 리오프닝 효과 + 원료비 부담 감소
“사업다각화 등 주목해야”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올해 경영환경은 지난해의 연장선에 있다. 고부가제품 개발 강화 등 미래기술의 선제적 확보, 포트폴리오 재편 등 질적 변화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의 안정적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하겠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연초에도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가운데 2분기부터는 가시적인 실적 반등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석화 제품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국제유가의 안정화로 NCC(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의 원료비 부담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 요소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29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화기업들은 NCC 가동률에 대해 평년 수준인 90%대를 목표로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NCC 가동률은 석화업계의 시황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말과 올해 초의 경우 글로벌 업황 침체에 남부지역 가뭄 사태까지 장기화하면서 업계의 전반적인 가동률이 60~70%대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번 1분기까지는 업계의 ‘실적 쇼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은 1분기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의 영업손실액을 419억원으로 추정했다. KB증권은 롯데케미칼과 관련 1분기에 1345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견고한 수익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BK투자증권은 금호석화의 1분기 영업이익이 1054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트폴리오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덕분에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라며 “유틸리티 등 기타부문의 실적도 견조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분기부터는 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반등이 현실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안타증권은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1350억원으로 전망하면서 “흑자전환이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월부터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되고, 프로필렌(범용 자동차 범퍼 소재)을 시작으로 부타디엔(가전제품 외장재), 에틸렌(농업용 필름) 등이 순차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점이 흑자 전환을 전망한 배경”이라고 했다. 유진투자증권도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1050억원, 680억원으로 내놨다.
각 업체별로 실적 반등의 핵심 키워드는 ‘중국’과 ‘사업다각화’가 꼽힌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효과는 시차를 두고 수요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점진적인 수요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1분기 에틸렌을 비롯한 주요 화학제품 스프레드는 1월 이후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으로 석화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 중 하나다.
석화업계의 사업다각화와 관련 김 연구원은 “국내 석화기업들은 불리한 업황에 대응해 비석유화학부문으로의 사업 다각화 및 스페셜티(고부가) 제품군 강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특히 IT·자동차·전자제품 등에 들어가는 첨단산업 중간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친환경, 신소재 개발 등 환경 관련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을 병행하고 있어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재건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단기적인 수익성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글로벌 이벤트들은 과거에도 종종 일어났으며, 이에 따른 각 제품들의 스프레드 급등에 힘입어 석화 기업들의 실적이 단기간 크게 개선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