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멜버른⑨

없는 것 없고, 가성비높고, 청년들 북적

[헤럴드경제, 멜버른=함영훈 기자] 멜버른 도심의 북동쪽에 있는 퀸 빅토리아 시장은 골드러시 금광 노동자의 영혼과 함께하는 시민 삶의 터전이자 활력소이다.

멜버른 골드러시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함영훈의 멋·맛·쉼]
멜버른 퀸 빅토리아 시장 어물전
멜버른 골드러시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함영훈의 멋·맛·쉼]
전통시장 퀸 빅토리아 마켓의 버스킹

흔히 전통시장하면 60대가 주류이지만, 이곳은 2040세대가 대세이고, 주중 세미휴일로 여겨지는 수요일엔 먹거리 천국, 버스킹의 흥이 장터분위기와 어우러지면서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룬다. 평일에도 거리의 악사는 심심찮게 보인다.

1850년대에 작은 시장이 형성됐고, 이 영역이 점차 빅토리아거리, 엘리자베스 코너 거리로 확장된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으로 멜버른 시민들 뿐 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멜버른 골드러시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함영훈의 멋·맛·쉼]
절임, 발효식품들을 시식해 보라고 샘플을 내어오는 퀸빅토리아 마켓 델리섹션 가게 주인 아줌마

▶‘약속의 땅’ 일구고 죽은 자들이 제공한 장터 활력= 이곳은 멜버른 일대 금광 발견 이후 모여든 골드러시 광산노동자, 철도부설 노동자들의 무덤이었다. ‘약속의 땅’을 일구다가 좀 살 만해 졌을 때 죽은 자, 고된 노동을 하다 사망한 자, 금광노동자에 대한 감세, 영국의 착취 근절을 요구하며 일어났던 ‘유레카봉기’ 때 숨진 자 등 1만명 가량이 묻혀 있던 곳이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도심을 공동묘지가 차지하자 시민 모두에게 이로운 공간으로 만들자는 여론이 힘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때마침 비(非) 영국출신 노동자 이민 제한이 시작된 것도 ‘공동묘지 위 마켓 건설’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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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빅토리아 마켓은 숱한 역사를 품고 있는 역사적 장소여서 청소년들의 교육장으로도 활용된다.

1868년 공사를 시작해 1878년 3월20일 A~E구역이 완성된다. 1917~1923년, 1928년, 1930~1936년 증축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2만여평의 대단지 모습이 완성된다. 점포 수는 1000여개.

처음 완공된 곳은 북서쪽 지역으로, 어퍼마켓이라 부르는데, 현재 의류, 생활도구, 아이들 장난감 등 종합 잡화상, 채소, 마늘, 생강, 과일 판매대, 공예품, 그림, 오팔보석상 등이 있다. 오팔 보석을 좌판 오픈 판매대에서 진열한 풍경은 이채롭다.

멜버른 골드러시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함영훈의 멋·맛·쉼]
퀸 빅토리아마켓은 전통시장인데 젊음이 넘친다.

어퍼마켓 가장자리에는 푸드트럭 데이브스 다이너 등 길거리음식 판매점들이 도열해 있다. 다만 튀르키예 길거리 케밥 및 딜라이트 젤리 판매점은 어퍼마켓 내부에 있다.

증축된 동남쪽은 로어마켓이다. 수산물 시장, 발효·숙성·절임·가공식품 시장, 어퍼마켓과는 또다른 음식점들이 있다. 멜버른 퀸빅토리아시장 주변에는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이 포진해 시장 크기에 비해 인파가 북적거리는 반경은 더 넓다.

▶너무 싼 현지 소고기 값, 캥거루 쏘시지 별미= 시장 모퉁이 커피점 ‘마켓 에스프레소’에 긴 줄이 늘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맛있는 호주 커피가 3000원대로 가성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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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당 가격표

호주 물가는 1차산물은 한국보다 훨씬 싸고, 인간의 가공이 들어가기 시작한 2차산물은 우리보다 비싸다. 큰수박 1/4토막은 2500원, 핸드볼 공 만한 멜론 한덩이는 3500원이다.

육류 중 돼지고기의 경우 100g 당 앞다리살 600원, 한류 등의 영향으로 요즘 부쩍 인기가 높아진 삼겹살은 1550원이다. 한국의 반값쯤 되겠다.

소고기도 비프스테이크용이 850원, 호주 내에서도 고급으로 치는 흑소고기가 1550원, 레몬고추양념 양고기는 850원에 거래되는 등 돼지고기와 비슷했다. 한국에 비해 ‘반의 반’값 수준이다.

멜버른의 웬만한 시민공원 어디에든 있는 공용전기불판에 구워먹으러 갈 때, 한국인들은 소고기 만 사가지고 가서, 한국 소고기 값의 20% 수준인 호주산 흑소고기를 원 없이 구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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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보타닉 가든 입구 야라강변에도 공용전기불판이 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진다. 소풍나온 가족과 이웃사촌들을 먹이려고 한 아저씨가 맛있게 고기를 구워내고는 한국인들에게 엄지척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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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몬드의 로얄보타닉가든 야라강변에 소풍온 한마을 이웃들이 구운 고기와 준비한 음식을 차려놓고 나눠먹고 있다. 지나가는 한국인들에게도 건강음료 등을 선듯 내어주었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호주산 수입 소고기에서 까만 털이 보여 놀랐다는 얘기가 들린 적이 있는데, 놀랄 일은 아니다. 흑소 블랙앵거스의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소고기 보다 흑소고기가 좀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양념캥거루고기가 100g 당 2300원으로 여기서는 좀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한국의 돼지목살 값 수준이다.

수산시장의 참치연어 활어회 한팩은 1만5000원 가량, 대게는 kg당 2만5000원 수준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멜버른 골드러시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함영훈의 멋·맛·쉼]
숙성식품가게의 젊은 경영인들

▶절임, 장아찌, 발효·숙성식품, 다문화 반영= 로어마켓의 남동쪽은 발효 및 가공식품 시장 즉 델리섹션이다. 이곳엔 치즈, 버터, 소시지, 살라미, 피클, 올리브, 양파장아찌, 고추장을 닮은 페퍼소스, 숙성야채, 녹색넓적줄기로 상큼한 맛의 아치초 절임 등을 판매한다.

델리섹션은 당시로선 건축기술이 좋은 이탈리아 방식으로, 이탈리아 이민자의 제안과 구상으로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다문화는 이렇듯, 더불어 살아가는 인프라를 구축할 때 여러 경험 중 가장 좋은 노하우를 채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어마켓의 북쪽은 수산물 시장인데, 그리스 이민자들이 많다고 한다. 호주에 수산물이 없는 것이 없지만, 이 수산시장에는 호주 것 뿐 만 아니라, 스페인 오징어 등도 판다. 이민자의 경험치가 반영됐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스페인산 문어,오징어는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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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음식 먹자골목은 주차장 옆에 있다.

유럽 관광객들은 퀸 빅토리아마켓에서 가끔 “어, 이거 우리 선조들이 옛날에 드시던 것과 완전 같아. 요즘은 좀 다른데..”라며 놀란다고 한다.

이민자들이 원고향의 전통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본국 보다 더 전통을 잘 지키는 것, 다문화사회 속에서 자신의 전통적인 것을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 퓨전화시키는 것, 두 방향이다. 그래서 호주인의 200~300년전 선조들이 살았던 나라에서 온 현세의 관광객들은 “우리 보다 호주이민자들이 더 전통을 잘 지켜 그 맛 그대로를 낸다”, 혹은 “더 맛있다”고 입을 모은다.

▶초대형 어시장 건립 착수= 델리섹션엔 생뚱맞게 커피-빵 가게(퍼거슨 베이커리)가 하나가 있는데, 업종의 특성상 소외당할만도 한데, 50대 주인아저씨의 입담이 이 시장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서 누구든 좋아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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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섹션의 입담좋은 커피·빵집 아저씨
멜버른 골드러시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함영훈의 멋·맛·쉼]
100년 넘은 도넛버스엔 늘 긴 줄이 선다.

이 시장엔 108년 된 핫도넛 푸드버스도 있다. 미국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던 2명의 호주인이 1915년 아메리칸 도넛 키친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했고 그저그런 영업실적으로 지속하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때 대박을 내면서 그 명성이 널리 알려졌다. 지금도 이 도넛버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5개에 8500원이니 여전히 싼 편이다.

멜버른 시티에서 조금만 나가도 농장, 축사, 와이너리가 있기 때문에 퀸 빅토리아 마켓의 물건들은 모두 신선하다.

멜버른 골드러시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함영훈의 멋·맛·쉼]
평일에도 퀸 빅토리아 마켓 주변엔 거리의 악사가 있다.

이와는 별도로, 대관람차 멜버른 스타가 있는 도크랜드 쪽에는 초대형 어시장(피시마켓) 건립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일반 생선류를 제외하고 랍스타, 대게 등 해산물은 멜버른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다. 호주사람들은 회는 연어와 참치만 먹는데, 한국교민들은 한국식 회를 먹고 싶을 때, 감성돔을 낚으러 직접 낚시대를 메고 나간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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