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심사 대상국 8곳 중 6곳 승인
늦어도 상반기 인수 절차 마무리 전망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해외 경쟁당국이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을 속속 승인하면서 주황색 옷을 입은 대우조선해양의 새출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화가 조선업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HD현대·삼성중공업과 맞붙을 새로운 경쟁 구도에 업계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 ‘절친’으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이끄는 양사 간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란히 선박엔진기업 인수에 뛰어들었고 ‘오션’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며 상표권 선점 경쟁도 벌이고 있다. 김 부회장과 정 사장 모두 미래 리더십을 증명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은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 8곳 중 6곳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달 튀르키예가 처음으로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고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도 차례로 합병을 허가했다. 영국도 사실상 승인한 상태다.
이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결정만 남았다.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여 만에 최종 완료 직전까지 온 셈이다. EU는 다음달 18일 잠정 심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국내 공정위까지 양사 결합 승인을 마치고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화는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 신주를 인수하고 경영권을 위한 지분 49.3%을 확보하게 된다. 마침내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 되는 것이다.
한화는 4월 중 합병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로부터 기업결합 신고를 받고 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위가 속도 있는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통상 2~3개월 이내에 마무리된다. 공정위는 한화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해양 함정 부문 간에 수직 결합이 발생한다고 보고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업계에서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정위 결정이 늦어지면 공정위가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가 눈여겨보고 있는 방산 분야의 경쟁 제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에 늦어도 상반기에는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화의 조선업 진출은 국내 조선업계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 돌입과 맞물려 빅3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당경쟁의 우려는 여전하지만 ‘주인 없는 회사’가 사라짐에 따라 저가수주 등의 출혈경쟁은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HD현대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3강 체제가 삼성중공업이 빠진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화와 HD현대가 선박엔진 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이에 앞서 한화 계열사인 한화임팩트는 HSD엔진 지분 33%(2269억원 규모)를 인수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로 한화는 조선분야 수직계열화를, HD현대는 시장 지배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한화의 경우 국내 2위인 삼성중공업을 넘어설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와 HD현대는 ‘오션’이라는 단어를 두고도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새 이름으로 ‘한화오션’을 유력하게 검토하자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비전으로 내놨던 HD현대는 ‘HD오션’, ‘현대오션’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하며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로 그룹의 이름을 바꾸면서 정체성을 확보하고 유사상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