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코로나19를 거치며 축적된 중국 가계의 ‘여윳돈’이 약 10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으로 이들이 다시 지갑을 열어 소비에 나설 경우, 국제 유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6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 가계 초과 저축의 소비 전환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코로나19 기간 중국 가계의 저축 및 소비 전망과 함께 리오프닝에 따른 글로벌 경제 전망 등이 담겼다.
중국인들, 계속되는 경기 악화 우려에 ‘소비’ 줄이고 ‘저축’ 늘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가처분소득-소비지출) 규모는 최소 4조위안(한화 약 752조원)에서 최대 7조4000억위안(약 139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중국 가계 저축률은 29.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저축률은 2020년(34.1%), 2021년(31.4%), 2022년(33.5%) 등으로 예년 평균을 웃돌았다.
보고서는 이같은 초과 저축의 증가세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고용여건이 악화되고, 소비 활동이 제약받으면서 가계 소득과 소비지출이 동반 하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한 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은 2019년 70.1%에서 2022년 66.5%로 하락했다.
소득 감소뿐만 아니라, 고용여건의 불투명성이 계속되며 가계 스스로 소비 지출을 줄인 영향도 작용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지며 향후 쓸 자금을 미리 저축하는 성향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2023년 1월 중국 도시 실업률은 5.5%로 정부의 억제 목표치에 도달한 상태다. 같은 기간 청년 실업률 또한 17.3%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주택 구입 감소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침체가 계속되고 있으며, 주택대출잔액 증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해, 주택 구입에 사용했어야 할 자금을 융통하지 않은 결과가 초과 저축 증가로 나타난 셈이다.
리오프닝에도 소비 회복 ‘기대효과’ 어렵다…되레 ‘국제 유가’ 상승 우려만
보고서는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라 가계의 소비 활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가계 초과 저축 중 일정 금액이 소비로 전환될 수는 있겠으나, 빠르게 소비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기간 중 소득 감소와 부동산 침체 등으로 인해 가계의 재정건전성이 손상됐다”며 “불투명한 고용 여건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 중국 가계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신중한 소비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기간, 소득 보조금과 실업 수당을 받은 미국 가계와는 차이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은 추가 소득에 따른 것이 아닌 소비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중국의 특성상, (방역 지침 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같이 단기간에 소비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경제회복 신호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주요국 대비 적은 초과 저축 규모가 적은 편이고, 국내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의 특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심지어 중국 여행객 증가에 따라 국제 원유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여행 증가는 곧 항공유 수요 증가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에서도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인해 2023년 유가가 85~100달러(배럴당) 수준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 세계 경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