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15%의 지분을 확보한 국내 토종 로봇 제조사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일반인 대상의 이족(二足) 보행 로봇 상용화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23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일본, 미국의 주요 회사에 이어 자사가 이족 보행 로봇 기술 분야에서 세계 3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 최초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만든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지난 2011년 설립한 기업이다. 이족 보행 로봇 제품으로 인간형 로봇 ‘휴보(HUBO)2’와 ‘재난 로봇 DRC-휴보’ 등을 보유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족 보행 로봇 플랫폼이 양산화돼 일반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목표 시점은 2028년”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연구용, 특수목적용으로 활용되는 시제품 수준이지만 5년 후에는 일반인들도 이족 보행 로봇을 구매해 집 등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이를 위한 10년 간의 장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18년부터 안전한 동적 이족보행을 위한 하드웨어 및 알고리즘 개발 등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플랫폼 고도화 기술 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현재 이족보행 로봇을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회사는 전세계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유일하다. ‘휴보’는일본 혼다의 아시모,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이족보행 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다. 키(높이)125cm, 가로 너비 60cm에 무게는 45kg으로, 어린 아이와 크기가 비슷하다. 로봇의 얼굴에 환경 인식 센서를 장착해 작업 대상 및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매출은 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특히, 이중 로봇 매출이 13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은 36억5400만원으로 전년(29억5400만원) 대비 24% 가량 늘었다. 박사 9명을 포함한 31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두고 있다. 현재도 모바일 로봇 및 협동 로봇 설계 부문의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지난 2주일동안 70%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 13일 8만3000원에 마감했던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13만9000원까지 올랐다. 정확히 67.4% 오른 수치다.
삼성전자와의 인수합병(M&A) 가능성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약 10.22% 사들인데 이어 지난 15일 추가 매수을 통해 총 지분 14.99%를 차지하게 됐다. 또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31일 정기주총에서 윤준오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도 “로봇은 또 하나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총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는 협동로봇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6종의 협동로봇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협동 로봇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핵심 기술 개발을 내제화해 원재료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유일하게 아직 내재화하지 못한 핵심 부품은 감속기다. 오는 2024년 하반기 자체 개발한 감속기를 레인보우로보틱스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