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외교 비판, 민생행보 고삐

최고위원·대변인 등 교체 전망

이재명 “즉시 중단하라” 메시지

이재명, 인적쇄신 신호탄에도…내홍 부추기는 ‘개딸’ 골머리 [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4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를 겨냥하는 동시에 민생행보에 고삐를 죄고 있다. 당내로는 인적 쇄신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사법 리스크’ 돌파에 주력하고 있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당직 개편을 통해 계파 갈등을 해소하면서 당 운영의 활로를 찾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이런 노력에도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이 부추기는 혐오 정치를 해소할 돌파구를 쉽사리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25일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퍼주기는 잔뜩 했지만, 받아온 것은 없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지키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책임을 과연 제대로 이행했나”라고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주최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서다.

전날인 24일 이 대표는 24일 울산에 내려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수출 적자가 급증한 점을 언급, “일본에는 퍼주고, 미국에 한없이 양보하고, 중국에 당하는 정책으로는 수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일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직접 언급을 피한 채 민생 경제를 챙기는 대안 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대표는 또 의원들의 의견들을 경청한 결과로 인적 쇄신을 통한 당 내홍 수습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앞서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등은 전면적인 인적 쇄신으로 당의 위기를 해결할 것을 이 대표에게 건의한 바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임선숙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에게 사의를 전했고, 이 대표는 이를 수용했다. 후임에는 탕평 인사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비명(비이재명)계인 송갑석, 이병훈 의원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핵심 측근 그룹인 7인회의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 김병욱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도 사의를 밝혀 교체가 유력하다.

다만 시동을 건 당직 개편에도 당 내홍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에 대한 비명계의 비판 강도가 세지면서 갈등 불씨가 부각되고 있다.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전날 자신의 자택 인근 등에서 항의 시위 중인 개딸들을 향해 “이제 분노조차 아깝다”고 직격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집회 공지 앱카드에서 본인의 사진이 조작됐단 점도 언급하며 “일부 유튜버들이 악마의 편집으로 악의적 영상을 유포하더니 이제 사진까지도 조작한다. 악마가 필요했나 보다”고 적었다.

이보다 앞서 비명계 박용진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개딸과 헤어질 결심”이라며 “그렇게 단일대오가 좋다면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짜 우리 지지자들일까, 민주당원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며 “민주당원이라면, 이재명의 지지자라면 즉시 중단하고, 그 힘으로 역사 부정·반민생 세력과 싸워 달라”며 고 밝혔다.

계파 갈등의 확산을 우려한 중진 의원 일부는 이날 '2023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비판 촛불집회에서 경찰 버스 지붕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던 일부에게 다수의 주변 참가자가 '버스에서 내려와'라고 외쳐 공권력 행사의 빌미를 차단한 운동이다.

우원식, 안규백, 정성호 의원 등 4선 의원 10명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 안팎의 의원과 지지자들 사이에 단결이 아닌 날 선 공격이 앞서 우려가 크다"며 "단결과 총선 승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