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議, 상공의 날 50주년 ‘통계로 본 한국경제 50년’ 통계 발표
“기업투자 성장기여도, 美·日·獨 등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지난 50년간 한국경제 성장의 중심에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부단히 노력한 기업들이 있었다. 기업들의 노력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정부는 낡은 법과 제도들을 정비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장)
15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상공의 날 50주년 기념주간’을 맞아 ‘한국경제와 우리기업의 50년 변화와 미래준비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은행, 통계청,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등 국내외 경제 데이터를 통해 ‘제1회 상공의 날’이 개최된 1974년 당시와 2022년 기준 현재의 한국경제의 달라진 변화상을 도출하여 비교 분석했다. 1970년대는 삼성전자(1969년 설립), 현대차(1967년 설립), 포스코(1968년 설립) 등 대표 기업들이 본격 성장한 시기로 산업화의 원년이라는 의미가 크다.
기업투자 성장기여,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규모는 지난 50년 전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95억4000만 달러에서 2022년 1조6643억3000만 달러로 85.2배 상승했고, 같은 기간 1인당 GDP도 563.3달러에서 3만2236.8달러로 57.2배 상승했다.
전세계 GDP 순위도 30위에서 10위로 크게 올랐다. 1974년 당시 대한민국의 GDP 순위는 베네수엘라(25위), 인도네시아(26위), 나이지리아(29위)보다 낮았다.
성장의 배경에는 기업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OECD 자료 분석 결과,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기업 투자가 국가경제(GDP)에 기여한 비중은 평균 20.0%로 나타났다. 미국(10.8%), 일본(16.6%), 영국(10.7%), 독일(12.1%), 프랑스(11.6%), 캐나다(10.7%), 이탈리아(10.3%) 등 주요국(G7)보다 크게 높았다.
농어업·상사·섬유→ IT·전자·금융산업으로 첨단화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산업구조는 농림어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제조업 중에서는 경공업 중심에서 반도체 및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바뀌었다.
통계청 경제활동별 성장기여율 데이터를 분석하면 기업의 산업혁신 노력과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우리 산업구조의 고도화 과정을 볼 수 있다. 산업화 초기인 1970년대 초반(1971~75년) 주력산업은 농림어업(13.8%), 종합상사 등 도소매업(13.6%), 섬유(11.6%), 백색가전(4.2%) 등이었으나, 최근 5년(2017~21년)의 산업구조는 반도체, 휴대폰 등 컴퓨터전자업종(23.9%), 금융보험(13.7%), 정보통신 및 사업서비스(8.5%) 등으로 바뀌었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는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반도체,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안착한 우리나라 산업고도화 과정은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우수사례”라면서도 “향후 진정한 선진 경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및 첨단산업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적 민간기업이 경제를 이끄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하고 정부는 규제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그러한 환경조성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수출로 세운 나라…글로벌 시장점유율 세계 39위 → 7위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수출입국(수출로 세운 나라)’이라는 말이 데이터로 증명됐다. 대한민국이 수출강국이 되어가는 과정은 역동적이었다. 제1회 상공의 날이 개최된 1974년 당시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은 44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이후 3년 만인 1977년에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고, 4년 후에는 수출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1995년에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총 수출액은 6835억8000만 달러로, 50년 전과 비교해 153.3배 상승했다.
대한민국의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1974년 0.53%(세계 39위)에서 2021년 2.89%(7위)로 크게 올랐다. 특히 반도체 9.8%(세계 4위), 조선 17.7%(2위), 자동차 5.3%(5위), 석유화학 9.9%(2위), 디스플레이 8.8%(3위), 철강 4.7%(4위) 등 수출 주력산업이 세계무대에서 선전하고 있었다.
50년 동안 주요 수출 대상국과 수출상품은 크게 바뀌었다. 1974년 주요 수출 대상국은 미국(33.4%), 일본(30.9%), 독일(5.4%) 등 냉전시대 우방국에 편중됐으나, 2022년 중국(22.8%), 미국(16.1%), 베트남(8.9%) 등으로 다양해졌다. 주요 수출상품도 섬유(36%), 가전(10%), 철강(5%) 등에서 반도체(13%), 자동차(11%), 석유(9%) 등으로 고도화됐다.
매년 34만 일자리 창출…“패스트팔로워→퍼스트펭귄 돼야”
기업들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성과를 냈다. 우선 혁신투자가 크게 늘었다. 국가 전체의 투자총액은 1974년 21조3000억원에서 2022년 568조4000억원으로 26.7배 오르는 동안, 민간부문이 지식재산생산물에 투자한 금액은 2545억원에서 120조7000억원으로 474배 증가했다. 전체 투자액 대비 민간 지재물 투자 비중은 50년 전 1.2%에 불과했으나, 작년 기준 21.2%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은 0.42%에서 4.96%로 증가하며,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2021년 R&D 투자액 102조1000억원 중 민간이 투자한 비중은 76.4%(78조원)였다. 기업 등 민간 부문에 의해 연구개발 투자가 주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힘을 보탰다. 1974년 임금 근로자수는 444만4000명이었으나, 지난해 2150만2000명으로 늘었다. 단순계산하면 기업이 지난 50년간 1706만개, 매년 평균으로 34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의미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반세기 전 한국은 선도국가에 대한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여서 자체적인 기술개발이나 지재물 투자 없이 선도국가를 배우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리딩국가로서 초격차 유지를 위한 혁신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 50년간 우리 기업들은 국가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당당히 역할을 해냈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기업의 역할도 달라졌다”며 “국민들은 기업이 단순히 세금을 잘 내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역량을 발휘하여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바라는 만큼, 우리 기업인들도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다가올 100년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