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집합건물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 신청 1893건

한달새 17%↑…전국 12개 지역서 증가

전세사기 여파 및 역전세난 본격화 영향

“기약없는 보증금, 차라리 내가 살게요”…강제경매 신청 급증 [부동산360]
[헤럴드 DB]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수도권 한 빌라에 거주했던 A씨는 전 집주인으로부터 계약 만료를 앞두고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집주인은 “돈이 없어서 당장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 다음 세입자 올 때까지 기다려라”고 통보했다. A씨는 보증금 문제로 강제경매 등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던 중,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고 몇 주 뒤 세입자가 들어와 겨우 이사를 갈 수 있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되며, 전국 다양한 지역에서 강제경매 신청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빌라왕’ 사건 등 전세사기를 비롯해 ‘역전세난’ 현상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강제 경매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은 1893건으로 전월(1621건) 대비 16.8% 증가했다. 전국 집합건물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지난해 9월(1697건)부터 12월(2346건)까지 넉 달간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가, 지난달 다시 증가로 전환했다.

지역별로 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12개 지역 신청 건수가 전월과 비교해 늘었다. 지난달 서울에서 신청된 부동산 강제경재개시결정 등기는 전월(375건) 대비 2.1% 늘어난 383건이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부동산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는 18.4%(1월 403건→2월 477건), 인천은 32%(1월 169건→2월 223건) 늘었다. 특히 대구의 부동산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는 한 달 새 무려 93.9%(1월 33건→2월 64건) 급증했다.

강제경매는 채무자가 대여금 등을 변제기일까지 갚지 않을 때 발생한다. 채권자가 소송을 통해 채권금액이 있다는 판결을 받고, 채무자의 부동산을 팔아 대여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전세 사기 피해 혹은 집값 하락으로 전셋값이 급락하며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현실화되자 강제경매도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는 증가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은 2232억2240만원으로, 지난해 8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런 가운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하락으로 세입자가 강제 경매를 통해 전세보증금 전액을 모두 회수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증금 문제가 있는 물건의 낙찰이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세입자가 떠안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빌라왕’ 김모 씨 소유 주택이 세 번의 응찰 끝에 현재 살고 있는 임차인이 홀로 응찰해, 결국 새 주인이 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이 집을 경매로 낙찰받아 떠안게 되는 경우, 청약 당첨에 불이익이 없게 하기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무주택자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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