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시세 오르자 스프레드 반등
다운스트림 기업 재고 확보 영향 등
여천NCC 다음주 공장 정상가동 개시
롯데케미칼도 NCC 가동률 소폭 올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석유화학업계가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 에틸렌 시세가 오르면서 스프레드가 반등하자 허리띠를 졸라맸던 기업들도 조금씩 생산량을 늘리는 분위기다. 일부 공장은 정상 가동에 돌입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당장은 미미하지만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계기로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t)당 208.8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1월 29.6달러까지 떨어졌던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달 초 159.4달러로 급등했고 이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300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200달러대 진입만으로도 시황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으로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지표다. 에틸렌은 플라스틱·비닐·합성고무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초 원료다.
최근 들어 마진이 급반등한 것은 에틸렌 시세가 오른 영향이 크다. 1월 말 735달러로 52주 최저가를 찍은 에틸렌 가격은 5주 만에 26.5% 오른 930달러를 기록했다.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이 환경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공급 축소를 결정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에틸렌을 활용하는 다운스트림 기업이 중국 리오프닝에 대비해 재고 확보에 나선 영향도 작용했다. 현 추세라면 2022년 6월 무너진 1000달러 고지도 재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석유화학 시장 사이클이 회복 국면에 돌입했다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저점을 지나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3월 석유정제·화학 업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4.4로 2월 대비 18.7포인트 상승했다. 아직 기준점인 100을 하회하지만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확대되고 있다.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을 60~70% 수준까지 낮추며 버텼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의 합작사인 여천NCC는 예년보다 길었던 정기보수를 마치고 다음주 초 공장 가동을 개시하기로 했다. 보수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로 예정돼 있었으나 생산량 감축 차원에서 두 달여 연장한 바 있다. 여천NCC는 향후 전 공장의 가동률은 95%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여천NCC 관계자는 “시황 개선세가 확인돼 공장을 정상 가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도 70~80% 선이었던 공장 가동률을 최근 들어 80~90%대로 소폭 올렸다. 업황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프레드가 바닥을 찍고 완만한 회복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중국이 추가적인 경제 부양책을 내놓으면 수요가 확대되면서 업황 회복 시점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LG화학 등은 여전히 70% 안팎의 낮은 가동률을 유지하며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 내 자급률이 올라가고 있고 NCC 증설 이슈도 있어 당장 업황이 좋아지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생산 일정상 가동률을 일부 조정할 수는 있어도 전반적인 생산량을 당장 늘리진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