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반도체법 심사기준 안내…“가드레일은 향후 공개”
2000억원 이상 지원 받으면 美 정부와 초과 이익 공유해야
총설비투자액 5∼15% 지원 예상…28일부터 의향서 접수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미국 정부가 390억 달러(한화 약 51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심사 기준을 공개했다. 경제와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각종 규제 조항을 포함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기업의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나누도록 해 우리 기업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간)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의 반도체 생산 지원금 신청 절차를 안내하면서 이 같은 심사 기준을 소개했다.
상무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세계 공급망을 강화하는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사업을 지원하겠다며 국방부를 비롯한 국가안보 기관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예로 제시했다.
상무부는 6개 심사 기준을 설명하며 “국방부와 국가안보 기관은 미국 내 상업생산시설에서 제조된 안전한 최첨단 로직 반도체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의 상업성 검토가 먼저다. 상업성은 기업이 계속된 투자와 시설 개선을 통해 공장을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지가 전제다. 사업의 예상 현금 흐름과 수익률 등 수익성 지표를 통해 재무 건전성도 검증한다. 사업의 가능 여부와 환경 등 관련 규제 통과 가능성도 확인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기업이 직원의 숙련도와 다양성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며 경제적 약자 채용 계획을 제출하라고 했다.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신청하면 공장 직원과 건설 노동자에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기업의 미래 투자 의지와 지역 사회 공헌 부문에는 미국산 건설 자재 사용 규모를 포함했다.
특히 상무부는 기업이 세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엄격히 감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사업에서 발생할 현금 흐름 전망치를 제출해야 한다. 지원금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기업의 실제 현금 흐름과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하면 미국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
상무부는 이에 대해 “전망치를 크게 초과할 경우에만 해당하며 공유분은 지원금의 75%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이익 공유분을 미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며 사업에 따라 초과 이익 공유를 면제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은 지원금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안전장치(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은 향후 공개할 예정이다.
상무부는 기업이 중국 등 우려국과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스를 할 경우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10년 동안 우려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도 재확인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은 직접 보조금, 대출, 대출 보증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 보조금에 한도는 없다. 상무부는 지원의 대부분이 총 설비투자액의 5∼15%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2030년까지 미국에 최소 2개의 대규모 최첨단 로직(비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특화단지)를 신설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현세대 또는 기술 수준이 성숙한 반도체의 생산 능력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첨단 반도체는 로직 5nm(나노미터) 이하, 낸드는 200단 이상, D램은 13nm 이하로 정의했다. 현세대는 5nm∼28nm, 성숙 기술 반도체는 28nm 이상이다.
한편 반도체 생산 지원금을 받으려는 기업은 이날부터 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보조금 신청을 검토 중이다. 신청서 접수는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기업은 31일부터, 나머지 반도체 공장과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은 6월 26일부터다. 상무부는 반도체 자재와 장비 생산 지원금 신청 절차는 올해 늦봄, 연구개발시설은 가을에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