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돌아가는 인수전
12일 빨리 1대주주 된 하이브
카카오 카드로 반격하는 SM
다음 달 31일 표 대결 관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이브는 등판 2주도 되지 않아 SM의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22일 당초 예정보다 12일이나 앞당긴 지난 22일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이제 SM의 최대 주주는 명실상부 하이브였으나, 현 경영진의 일격은 멈추지 않았다. ‘우군’인 ‘카카오 카드’로 ‘최후의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 ‘같이 가자’는 하이브
‘속전속결’이었다.
하이브가 SM 지분 대금을 치른 날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측과 현 경영진의 첫 법적공방이 진행됐다. 앞서 이수만 전 총괄은 SM을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주·전환사채를 카카오가 가져오면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하게 된다. 첫 심문에서 이 자리에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측은 “최대주주를 퇴출했다”고 공격했고, SM 측은 “경영상의 판단”이라며 맞섰다.
치열한 공방에 한창일 때, 하이브는 SM의 1대 주주에 오른 사실을 공표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의 판단 여부에 따라 인수전의 1차 승자가 가려진다. 결정은 늦어도 3월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요계에선 하이브의 행보는 하루라도 빨리 SM 1대 주주 자리에 올라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가 계획대로 SM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음원과 음반을 합쳐 약 70%, 공연에서 89% 등 전체 K팝 시장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독과점 지위를 갖는다.
박지원 하이브 CEO는 공시 직후, “하이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SM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SM이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하이브와 SM이 힘을 합쳐 세계 3대 메이저 음악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보자”고 악수를 청했다.
SM의 반격 카드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의 생각은 달랐다. SM 현 경영진이 선택한 ‘최적의 파트너’는 카카오였다.
현시점에서 ‘0순위 우군’인 카카오는 SM의 최대 반격 카드다. SM은 하이브가 1대 주주로 올라서자, ‘카카오와의 전력적 협력 의미’라는 발표를 통해 “카카오와의 협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콘텐츠와 플랫폼 간의 만남을 의미한다”며 “어느 한쪽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둘 사이의 수평적인 시너지와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호 전략적인 협력 관계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분야의 경쟁자인 하이브를 겨냥한 이야기다.
SM은 ‘카카오와의 협력’이 ‘SM 3.0’의 4대 전략의 구현과 맞닿아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레이블 간 상호 협력, 멀티 제작센터 기술 협력 및 프로듀싱/퍼블리싱 사업의 네트워크 확장과 공동 투자 협력 가능 ▷ 카카오의 음원/음반 유통 플랫폼을 활용해 SM 음악 사업 전 영역에서의 수익 극대화·카카오의 스토리 영상 제작 역량과 결합을 통한 SMCU IP의 콘텐츠 영역 확대 ▷ 글로벌 핵심 지역 내 통합 법인 운영 및 합작 법인 설립 ▷ 팬플랫폼 기능 고도화 및 인공지능(AI)와 메타버스에 선제적 대응 등이다.
특히 SM은 그간 지분 일부를 보유한 드림어스컴퍼니를 통해 국내 음반과 음원 유통을 맡겼으나, 이 역시 카카오와 협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에선 아이유를 비롯해 아이브·몬스타엑스, 스테이씨 등의 음원·음반 유통을 맡고 있다.
해외 진출도 양사가 힘을 모은다. SM 소속 가수들의 글로벌 진출은 물론 현지 오디션을 통한 글로벌 K팝 그룹 발굴과 육성도 함께 한다. SM은 “카카오와 SM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진출과 활동에 대한 통합 지원은 물론 카카오와 SM의 합작 법인을 설립해 현지 아티스트 발굴과 육성에도 함께 한다”라고 설명했다.
SM의 입장은 단호하다. “카카오와의 협력은 특정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SM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SM은 “임직원의 85% 이상은 이미 카카오와의 전략적 협력을 포함한 ‘SM 3.0’ 성장 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SM의 정체성 또한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SM은 카카오가 보유한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K-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SM·하이브, 신임 경영진 선임안 제출…‘관전 포인트’는 표 대결
다음 달 31일엔 SM엔터테인먼트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이날의 관전 포인트는 ‘표 대결’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SM 현 경영진과 하이브 양측이 각각 제안한 사내이사 등 신임 경영진 선임안이 제출됐다.
SM은 22일 오후 늦은 시간 자사 장철혁 CFO(최고재무책임자)와 김지원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사내이사 전원은 연임 없이 물러나기로 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태희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민경환 블로코어 파트너, 이승민 피터앤김 파트너 변호사,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 6인을 선정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는 ‘우군’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이 선정됐다.
SM은 “전체 이사 중 사외이사 비율 55%, 여성 이사 후보 비율 36%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을 갖춘 인원들로 이사회 후보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선임안과 더불어 SM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을 고려해 주당 1200원을 현금 배당할 것을 제안했다. 또 임원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연동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 주주가치 제고를 꾀한다. SM은 “‘SM 3.0’ 전략 이행을 통해 2025년 별도 매출 1조 2000억원, 영업이익 4300억원, 주가 36만원을 달성하고, 향후 3년 내 기업가치를 3배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이브는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CLO(최고법률책임자),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 등의 사내이사 후보 3명,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한국대표 등으로 구성한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했다.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 비상임감사 후보로는 최규담 회계사가 각각 지정했다.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표 대결’이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 인수와 더불어 공개매수를 통해 SM 지분을 최대 40%까지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고, 2대 주주 카카오가 추가 지분 매수에 나서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경영권 분쟁’은 본격적인 하이브 대 카카오 전쟁이 된다. 카카오는 지분 매수를 위한 여력이 충분하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에서 1조원대 자금을 조달한 상황이다.
SM 주식은 국민연금공단(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얼라인파트너스(1.1%) 등이 가지고 있다. 이들의 판단이 경영권의 향방을 가른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