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이형 협심증 환자, 정상인 대비 혈관세포 내 칼슘 농도↑ → 강한 혈관 수축 발생
- 김효수·양한모 교수팀, 줄기세포 분화·역분화기술 활용해 혈관 이상 기전 세계 최초로 밝혀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국내 연구진이 줄기세포 원천기술을 이용해 미지의 세계였던 변이형 협심증의 발생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양한모 교수 연구팀이 자가 만능줄기세포를 혈관세포로 분화시켜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체내에서 발생하는 혈관 경련·수축 발생 기전을 확인한 체외실험 결과가 27일 발표됐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동맥이 경련·수축을 일으키면 심근혈류가 저하돼 ‘변이형 협심증’을 유발한다. 변이형 협심증의 주요 증상인 흉통은 새벽이나 아침에 주로 생기며, 만일 취침 전 혈관확장제를 제대로 투여하지 않으면 새벽 동안 심장 급사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처럼 급사의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질환임에도 지금껏 변이형 협심증의 발생기전에 대해선 정확하게 연구된 바 없었다. 실제 관상동맥을 채취해 실험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변이형 협심증의 병태생리 기전을 규명하고자 서울대병원 심혈관연구단이 지난 20년간 축적해 온 자가 만능줄기세포 노하우를 활용했다. 먼저 변이형 협심증 환자 및 정상인의 말초혈액 속 단핵구를 이용해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든 후, 역분화 줄기세포를 다시 분화시켜 관상동맥 평활근세포 및 내피세포를 획득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획득한 평활근세포에 혈관 수축 유도제를 투여한 결과, 정상인군과 달리 변이형 협심증 환자군의 평활근세포에서는 강하고 연속적인 수축이 일어났다. 특히 환자군은 세포내 칼슘 농도가 정상인군에 비해 2배 이상 높았고, 칼슘 농도 증가 반응이 1회에 그친 정상인군과 달리 2회 이상의 칼슘 반응을 보였다.
정상인군과 환자군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환자군의 평활근세포는 정상인과 달리 단백질 붕괴를 막는 수모화(SUMOylation) 과정의 항진으로 인해 칼슘 조절 채널인 서카2(SERCA2a) 단백질이 세포의 소포체 부위에 누적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즉, 칼슘 조절을 담당하는 서카2 단백질이 붕괴하지 않고 누적되면서 대량의 칼슘이 세포내로 유입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자극이 강하고 연속적인 평활근세포 수축 반응을 일으켜 결국 변이형 협심증 증세를 유발한 것이다.
연구팀이 칼슘 농도를 정량화된 그래프로 표현하자, 정상인군과 환자군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이로써 칼슘 농도가 변이형 협심증을 진단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근거가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환자별로 변이형 협심증 치료제의 최적 투여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현존하는 치료제를 다양한 농도로 각 환자유래 세포에 처리했다. 이로써 환자마다 가장 효과가 좋은 약물 및 농도를 확인해 기존 변이형 협심증 약물 치료의 난제였던 부작용을 최소화할 길을 열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효수 교수는 “줄기세포 역분화 및 분화 기술을 이용해 체내 혈관을 체외에서 구현하고, 혈관 이상현상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해 의미가 크다”며 “현재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암 줄기세포에 의한 재발성 암 정복, 고령환자의 근감소증 재생치료법, 심부전환자의 심근재생치료법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연구중심병원 바이오치료유닛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생명공학분야 권위지 ‘바이오머티리얼즈 리서치(Biomaterials Research; IF 15.9)’에 게재됐다.
[변이형 협심증이란?]
혈관 내 죽상경화병변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혈관의 경련·수축으로 인해 혈류 장애가 발생하여 나타나는 질환으로, 서구에 비해 한국, 일본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경련유발 약제인 어고노빈을 투여했을 때 관상동맥에 경련·수축이 나타나는 경우 이 질환으로 진단한다. 운동 시 가슴 부근에 뻐근한 흉통이 발생하는 전형적 협심증과 달리 변이형 협심증 환자는 주로 새벽 또는 아침 시간대 흉통이 발생한다. 특히 술을 마실 경우 그 다음날 새벽 흉통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