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열의 생생건강S펜] 생방송중 의사가 고목나무 쓰러지듯 ‘꽝’,  무슨 일이?
출처 : iMBC 연예뉴스 사진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지난 14일 모 방송국의 교양 프로그램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생방송 중 의사로 출연한 한 패널이 갑자기 고목 쓰러지듯 그대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해 응급실로 후송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날 방송에 나온 김학선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다른 출연자가 뇌졸중 예방 운동을 가르쳐주는 도중 스튜디오 뒤편에 서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고 이 장면이 고스란히 생방송 화면에 잡힌 것이다. 진행자는 시청자들에게 응급상황 발생을 알리고 준비된 영상을 내보낸 뒤 현장을 정리했다. 김 교수는 의식을 되찾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재는 안정된 상태다.

사고 이후 김 교수는 의학기자들의 문의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중 알파블록약을 먹은 후, 방송이라 넥타이를 너무 타이트하게 매고 목운동을 하다가 ‘혈관미주신경반사(vasovagal reflex)’로 쓰러졌다”라며 “현재 검사상 심전도, 뇌 MRI, 부정맥 검사 이상이 없다”고 알려왔다.

‘미주신경’은 뇌에서 나오는 10번째의 신경으로서 몸통의 내장으로 가는 신경이며 신체에서 제일 긴 뇌신경이다. 약 70%가 부교감신경으로 돼 있으며 입에서부터 시작해 씹어서 삼키고, 숨 쉬고, 말하고, 심장이 뛰는 것을 조절하고, 위장에서는 음식물을 소화해서 배설할 때까지 모든 운동과 소화효소 분비를 도와주며 위장에서 생기는 통증 및 입맛, 포만감 등 각종 위장관의 증상을 관장한다.

우울증이나 치매가 있으면 위장 증상도 심해져 못 먹게 되고 체중이 줄게 되는데 이는 모두 뇌에서 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장 속에 무수히 많은 장내세균이 뇌와 위장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고 이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뇌와 연관되어서 위장관에 나타나는 질환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소위 ‘신경성 위장병’ ‘과민성 대장’, ‘기능성 소화 불량’ 등이다. 각종 검사에서 모두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소화불량이 있거나 배변의 변화가 생기는 증상들을 말하는데 이들은 모두 신경이 예민해진 것과 관계가 깊다.

한편, 갑자기 미주신경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혈관 미주 신경 반사작용’이라고 한다. 김 교수의 사례이다. 예를 들면 피를 뽑는 것을 보면 얼굴이 하얗게 되고 쓰러지는 것, 대변보다가 잠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것들이다.

‘혈관 미주 신경 반사작용’은 또한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이 넥타이를 조여 매면 뇌혈관 압력이 높아져 갑작스럽게 쓰러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지난 2004년 당시 연세의대 정태섭 교수가 20~40대 정상인 20여명을 대상으로 넥타이를 조여 맨 상태와 풀어 놓은 상태에서 MRI 촬영(자기공명혈관촬영술)으로 혈류속도를 측정한 결과, 목 부분의 경정맥 혈류속도가 정상치의 60% 이하로 감소했으며, 경동맥의 혈류속도는 86%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태섭 교수는 "넥타이와 혈류속도를 측정한 결과, 혈류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뇌졸중 위험군의 경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혈액이 뇌에 올라가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심장으로 내려 오지 못하므로 뇌혈관의 압력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고혈압·동맥경화·흡연·당뇨 등 뇌졸중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목 부분의 압박을 줄여 혈액순환을 순조롭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바있다. 정 교수는 또 "문제는 이들 위험요인을 가졌으면서도 평소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교차가 큰 추위는 혈압을 높이고 순조로운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넥타이를 조여 매는 습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