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지난달 주요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소폭 인하에 그친 한편, 예금금리는 대출금리에 비해 9배가량 더 빠른 속도로 인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몇 달간 감소세를 유지했던 예대금리차는 반등했고, 은행들은 다시금 평균 1%가 넘는 수준의 예대마진을 확보하게 됐다.
예금금리 하락폭, 대출금리보다 9배 높아…예대금리차 평균 0.45%p 확대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월 기준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0.84~1.51%포인트(p)로 지난달(0.61~0.94%p)에 비해 일괄 상승했다. 지난해 7월 공시가 시작된 예대금리차는 같은해 9월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기록했으나, 지난달에는 0.45%포인트(p)가량 급격히 올랐다.
이는 대출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예금금리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실제 5대 은행의 1월 기준 평균 저축성수신금리는 3.79%로 전월(4.30%)에 비해 0.51%p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5대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금리(정책서민금융 제외)는 4.97%로 전월(5.03%)에 비해 단 0.06%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쉽게 말해, 한 달 새 이루어진 예금금리 하락이 대출금리 하락보다 9배가량 빨리 진행됐다는 얘기다.
일부 은행서는 대출금리 상승도…인터넷은행은 예대마진 감소
심지어 일부 은행들에서는 가계대출금리가 올랐다. 1월 국민은행의 평균 가계대출금리는 5.23%로 전월(5.09%)에 비해 0.14%p가량 올랐다. 반면, 저축성수신금리는 4.44%에서 3.72%로 0.72%p 하락했다. 이로써 가장 낮은 축에 속했던 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도 0.61%p에서 1.51%p로 급등해 예대마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교적 금리가 저렴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액이 많이 줄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의 수요가 늘었다. 동시에 금리가 낮은 단기성 예금의 비중이 증가했다”며 “지난달 대출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한 달간 일시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품이 몰리다 보니 예대금리차 확대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1월 가계대출금리 또한 4.87%로 전월 대비 0.1%p가량 늘어났다. 이에 따라 비교적 큰 폭의 예대금리차(1.44%p)를 기록했다. 다만 가계대출금리 수준 자체는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문제는 예대금리차 확대 현상이 전 은행권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일괄 하락한 것.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예대금리차는 1.25%p, 2.15%p로 전월에 비해 각각 0.4%p, 0.32%p 내려갔다. 토스뱅크의 예대금리차(4.72%p)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지만, 전월에 비해 0.76%p의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빠른 속도로 예금금리를 인하한 시중은행들과 달리 인터넷은행들의 예금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1월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저축성수신금리는 3.98%로 전월(3.88%)에 비해 0.1%p가량 올랐다.
‘이자장사’ 비판 가중돼…은행들, 대출금리 더 낮출까
수익성의 척도인 예대금리차가 되레 확대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시중은행들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은 한층 더 가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돈잔치’ 비판이 계속되며 은행권이 내놓은 ‘3년간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대책에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은행들은 부랴부랴 대출금리 인하 등 실질적 지원책을 준비하고 나섰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최근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금리를 최대 0.55%p 낮추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날부터 우대금리 향상을 통해 실질금리 인하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도 이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금리를 최대 0.7%p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메시지나 여론을 비추어봤을 때, 결국 금리 인하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현재 가장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며 “뜨거워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예대금리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