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선도지구 선정 단지 가보니
“분담금 논의 부실…선도지구 선정 이후가 관건”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미세한 부분에서 갈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공기여, 임대 등을 다 넣는 일명 ‘풀베팅’을 한 거죠. 이후 일정에서 어려운 점도 분명 있겠지만 일단은 선도지구에 선정돼서 기분은 좋습니다.” (분당 시범우성아파트 주민 A씨)
선도지구 발표 당일인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주민들은 선도지구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분당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가운데 선도지구 선정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측된 지역이다. 분당 선도지구로는 샛별마을, 양지마을, 시범마을 우성·현대 등 3개 단지가 선정됐다. 총 1만948가구 규모다.
분당 부동산 업계에서는 샛별마을 선정과 시범마을 삼성한신·한양의 탈락이 의외라고 입을 모았다. 수내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은 “시범마을은 뒷단지보다 역에서 가까운 앞단지(삼성한신·한양)가 선정될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는데 결과가 반대로 나오니 놀랍다”면서 “시범한양의 경우 기대감을 타고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실망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범한양아파트 전용 164㎡는 지난달 28일 22억원에 손바뀜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전용 59㎡도 지난달 14일에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분당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은 “샛별마을은 기대감이 크지 않았는데 동의율과 ‘풀베팅(이주대책 지원, 장수명주택, 공공기여를 최고 수준으로 넣는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공인은 “샛별마을의 경우 분담금이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돼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세대에서 매물이 다수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즉 선도지구 선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간 매물 자체가 드물었지만, 결과가 나온 만큼 이제는 소유주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도지구 선정 이후도 관건이다. 실제 재건축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재건축 동의를 다시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해당 동의율이 부족하면 선도지구에 선정돼도 재건축은 어렵다. 분당동의 또다른 공인은 “대다수 단지들이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추가분담금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면서 “새 아파트에 더해 돈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얘기한 단지도 있는데 추정 분담금이 공개되면 동의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상황에 선도지구 탈락을 또다른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내동 공인은 “1기신도시에서 재건축은 첫 발을 떼는 단계고 항상 처음 사업이 진행되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후발주자들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더 완성도 높은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도지구 선정에서 탈락한 단지에 거주하는 정자동 주민 30대 이모씨도 “(결과가) 아쉽긴 하지만 선도 단지들이 잘 돼서 판교는 신축 분당은 구축이라는 프레임을 깨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선도지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조성된 1기 신도시를 앞으로 어떻게 정비해갈지 시범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이다. 선도지구에 선정되면 각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내년 특별정비계획 수립, 2026년 시행계획 수립 및 이주,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선도지구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