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파죽지세로 치솟던 금값이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더디자 달러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 선물 가격은 1월 1트로이온스당 1950.3달러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종가 기준 1850.5달러로 고점 대비 5.12% 내렸다. 금과 연동돼 움직이는 은 가격 역시 하락했다. 20일 종가 기준 1트로이온스당 21.81달러로 고점보다 9.69% 빠졌다.
금 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급등세를 보인 이유는 강달러 현상이 완화했기 때문이다. 달러는 안전자산으로서 금과 경쟁 관계에 있고 금 가격이 달러로 표시돼 달러와 금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월 27일 114포인트선까지 치솟으며 고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하락해 1월 101포인트선까지 하락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대거 매입한 점도 금 가격 강세에 기여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금 399t을 매입해 통계 발표 이후 가장 큰 분기 증가 폭을 보였다.
그러나 1월까지 시장에 팽배했던 낙관론이 수그러들면서 강달러 현상이 재등장했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조만간 중단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고용과 소비가 예상보다 견조했고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결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마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줄어들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103포인트선을 다시 회복했다.
실질금리 상승 역시 금값 하락에 기여했다. 실질금리는 미국채 10년물에 기대인플레이션을 뺀 값을 뜻한다. 미국채 금리 역시 긴축 장기화 우려를 반영해 지난주 한때 3.9%를 넘기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이 떨어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일제히 하락했다. 금값의 일간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ACE골드선물레버리지’는 8.54%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연초 금값이 과도하게 치솟았던 만큼 단기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멈추면서 금값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달러 및 실질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금 값이 과도하게 높은 상황이었다”며 “높은 가격 수준을 정당화하려면 거시경제 환경이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 조정 후 하반기부터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실질금리가 내리면 금값이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