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배당 확대나 이사·감사 선임부터 이사회 정원 변경, 경영진 교체까지 기업 경영 곳곳의 문제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JB금융지주, KT&G등 여러 기업에서 표 대결이 이뤄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행동주의펀드, 주주제안 '봇물'=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 구조상 변화를 이끌며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은행주, 그중에서도 JB금융지주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애초 얼라인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JB금융지주 등 은행지주 7곳에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요구했다. 이후 5곳(KB·신한·하나·우리·DGB)에 대해서는 주주환원 정책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JB금융지주에 대해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며 주주제안에 나섰다.
얼라인은 JB금융지주에 주당 900원 결산 배당을 요구한 데 이어,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 출신 자본시장 전문가인 김기석 후보자 1인을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추가한 상태다.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를 대상으로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을 요구해왔다.
FCP는 앞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를 KT&G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추천하는 안건을 제안한 데 이어, 한국인삼공사를 인적분할한 뒤 분할신설회사 이사회에 두 사람을 이사로 참여시키자는 분할계획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사외이사 증원을 요구했다. 현재 KT&G의 이사는 사외이사 6명을 포함해 총 8명인데, 사외이사 정원을 2명 더 늘리라는 안건을 제안하며 총 4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구체적으로 추천했다.
아울러 KT&G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현금이 6조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면서 1주당 7000원의 배당 안건도 함께 제안했다.
다만 KT&G는 지난달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미 “한국인삼공사의 분리 상장 추진은 장기적 관점의 기업 가치·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실익이 적다”며 선을 그은 만큼 주총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경우 태광산업이 소액주주 보호장치인 분리선출제도를 악용해 사측에 유리한 이사회를 구성했다고 지적,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아울러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상장사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배당 성향을 20% 이상으로 높일 것도 제안했다.
▶소액주주도 활발한 주주제안…바이오 ‘집중’ =행동주의펀드의 바람을 타고 소액주주들도 주주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보통주 1주당 2417원의 현금배당 결의를 요청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지난 14일 제출했다. 또 한승엽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분리선출)로 선임 요청하면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했다.
알테오젠 소액주주연대 역시 주주가치제고 대책 마련, 주주들이 원하는 감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회사 측에 전달한 상태다.
광주신세계 소액주주 모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1년 신세계그룹에 지분을 비싸게 매각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봤다며 주당 천750원의 현금배당과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추천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상대적으로 경영진 지분율이 낮은 바이오 업체의 경우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가 더욱 활발하다. 젬백스링크의 소액주주로 이뤄진 젬백스링크 경영정상화비대위는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한 공동보유 지분을 6.49% 모았다. 3월 주총에서 이사 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을 진행할 예정이다.
젬백스링크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13회차에 이르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회사 가치를 낮추고 경영진은 고액 연봉을 받아 갔다며 비판한다.
파나진소액주주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김성기 대표가 아내가 대표로 있는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에 핵심 기술을 내줘 파나진의 실적이 부진해졌다고 주장하면서 3월 주총에서 경영진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