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Chat)GPT’ 열풍을 타고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 관련 종목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챗GPT 등 AI 서비스 고도화에 필수적인 고대역 메모리(HBM) D램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장비를 만들거나, 관련 기술을 지닌 종목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몰리며 최근 가파른 우상향 곡선에 올라탄 모양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챗GPT 등 AI 기술에 적용될 반도체 시장이 향후 10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반도체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한미반도체로,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주가가 37.2%나 상승했다.
HBM D램 생산을 위해선 여러 D램을 쌓아 올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구멍을 뚫고 전극으로 연결해 하나로 묶어야 하는데, 한미반도체는 구멍을 뚷는 데 활용되는 ‘TC 본딩 장비’를 생산해 국내 반도체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증권가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HBM 수혜가 기대된다”면서 목표주가를 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엔비디아 고성능 제품에 HBM이 사용된다. 본딩 장비 매출이 올 하반기 증가할 것”이라면서 목표 주가를 1만8000원으로 20% 상향 조정했다.
HBM D램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AI반도체 관련주(株)로 묶인 기업들의 주가도 연초 강세다.
세계 유일 AI반도체 통합 지식재산(IP) 공급업체로 평가되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주가는 13일 종가(2만1600원) 기준 연초 대비 207.7%나 올랐다.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사이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반도체 핵심인 신경망처리장치(NPU) IP와 모든 반도체의 척추 역할을 하는 메모리시스템 IP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 회사”라며 “국내외 20개 고객사향(向)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 성장과 함께 높은 실적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인 에이디테크놀로지와 AI·차량용 반도체 설계 업체 텔레칩스의 주가가 연초 대비 각각 33.5%, 33.2% 상승했다. 또, 반도체 패키징(칩을 전자기기에 부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공정) 전문사 이오테크닉스, 반도체 검사 장비 전문사 인텍플러스의 주가 역시 각각 19.4%, 25.9% 올랐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 22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였던 AI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6년에는 861억달러(약 10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챗GPT는 수많은 데이터를 초거대 AI를 통해 학습하고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하는데, 이에 필수적인 고성능 D램의 거의 대부분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생산해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사인 엔비디아와 AMD 등에 납품 중”이라며 “국내 반도체 ‘빅(Big) 2’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반도체 장비주들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HBM D램 등 AI반도체 수요 확대의 수혜를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