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큰손’ 국민연금, 새해엔 ‘붉닭볶음면·편의점·LCC·임플란트’ 담았다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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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새해 들어 향후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받는 종목에 대해선 지분을 늘리며 투자에 나섰다.

13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0일까지 국민연금 지분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종목은 7.31%에서 10.07%로 2.76%포인트가 늘어난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다.

좀 더 기간을 넓혀 살펴봤을 때 진에어 전체 지분 중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5.25%에 불과했다. 약 2개월 만에 2배 가까이 보유 지분을 끌어올린 것이다. 국민연금이 진에어에 대한 지분율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린 것은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진에어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254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본 여행 열풍에 힘입어 일본 노선 승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호실적을 달성하는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비록 연간 흑자 달성엔 실패했지만, 올해는 연초 동남아시아 여행 수요의 급증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호재까지 겹치며 작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여행 재개와 중국 리오프닝 등 개별적인 모멘텀은 더 부각되고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는 주가에 선반영됐고,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 부담도 낮아 올해 주가가 본격 상승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큰손’ 국민연금, 새해엔 ‘붉닭볶음면·편의점·LCC·임플란트’ 담았다 [투자360]

국민연금은 GS리테일 지분율도 9.29%에서 9.95%로 0.66%포인트 늘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해제되면서 간편식 등 식음료 매출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베팅을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발표된 작년 4분기 실적에서 GS리테일은 편의점·슈퍼 부문의 호조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0.9%나 증가한 853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도 잇따라 GS리테일에 대한 목표가를 높여 잡는 추세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각각 3만6000원, 3만3000원에서 3만8000원, 3만6000원으로 높였다.

전 세계적인 ‘불닭볶음면’ 열풍으로 고성장세에 있는 삼양식품에 대한 지분율도 9.51%에서 10.12%로 0.66%포인트 늘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6.27%의 지분율로 처음 ‘5% 이상 주주’ 지위에 올랐고, 7개월 만인 지난달엔 ‘10% 이상 주주’ 지위까지 오를 정도로 빠르게 지분을 사들였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수출이 차지하는 삼양라면의 향후 전망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면 수출 금액 중 중국 수출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며 “국내 라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삼양식품의 중국 판매법인 설립 효과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본격화될 경우 더 큰 시장이 열릴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은 중국 물량기반조달(VBP) 입찰 제도의 시행으로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국내 2위 임플란트 기업 덴티움과 더불어 건설주(株) DL이앤씨 지분도 각각 0.44%, 0.39% 늘렸다.

반면 국민연금은 올 들어 특히 중화학·중공업·건설 등 ‘중후장대’ 업종에 대해 매도세를 보였다.

자본시장 ‘큰손’ 국민연금, 새해엔 ‘붉닭볶음면·편의점·LCC·임플란트’ 담았다 [투자360]

국민연금은 삼성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경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호조가 예상되며 주가가 탄력을 받던 시기에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 차익을 실현했다. 국민연금이 매각한 삼성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식 규모는 금액으로 각각 81억2295만원, 78억6199만원에 이른다.

이 밖에 최근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목받으면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DGB금융지주 주식에 대한 매도를 통해서도 국민연금은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OCI의 경우엔 국민연금이 투자금을 회수한 이후 주가 반등이 눈에 띄게 발생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24만9031주를 주당 7만8100원(약 194억원)에 매도했다. 하지만, 이후 OCI 주가는 지난 10일 종가 기준 9만4000원까지 20.4%나 반등했다.

한편, KT에 대한 국민연금의 매수·매도는 주요 주주이자 기관 투자자로서 주주권 행사를 이유로 소유분산기업인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KT 주가는 연초부터 출렁였다. 31만6191주를 매도한 지난달 2일 KT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3.85%(1300원)나 하락한 3만2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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