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 지원 방안 기대 효과 및 한계
조직사기 핵심 깡통전세·시세부풀리기 차단
중개사·감평사 책임 강조, 정보 제공도 강화
“보증제도 악용하는 등 모럴해저드 개선될 것”
“조속 법 개정, 추가 정보, 대책 구체화 필요”
[헤럴드경제=고은결·신혜원 기자] 2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의 핵심은 ‘빌라왕’ 사건과 같은 조직적인 전세 사기를 뿌리 뽑기 위해 전세사기의 예방과 피해지원, 처벌 및 단속 강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담았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깡통전세 계약, 감정평가사 시세 부풀리기를 원천 봉쇄하고, 부동산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정보 접근성은 한층 높였다. 전반적인 전세 사기 위험을 낮출 것으로 기대되지만 조속한 현행법 개정, 세부적인 보완책 마련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과도한 전세가율 낮춰 깡통전세 위험 차단=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세금 반환보증의 가입 허용 구간을 낮추기로 한 대목이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은 매매가의 100%까지 보증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 중개사 등의 깡통전세 계약 유도 등에 악용됐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이에 오는 5월부터는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하향한다.
또한 일부 감정평가사가 임대인과 모의해 시세를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을 때에만 감정평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등록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보증 관리도 강화한다. 이에 대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증대상 전세가율 하향은 보증제도 악용 등으로 이어지는 모럴해저드를 낮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세입자를 불행에 빠트리는 빌라의 ‘무피 갭투자’를 어느정도 막는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보 제공이 강화된 점도 피해 예방에 상당부분 기여할 전망이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이 주로 찾는 신축빌라는 시세정보가 없어, 전세사기 위험을 미리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보증금 미반환 전력이 있는 악성 임대인의 집은 보증가입이 불가하다. 그런데 임차인은 계약 전에 이를 알 수 없어 보증금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HUG는 ‘안심전세앱’을 통해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 임대인 정보, 세금체납 정보 등 전세사기 위험 사전 진단을 위한 전방위한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다만 임차인의 정보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추가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함 랩장은 “역전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지역 등에 대한 정보 제공과 시장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단기간 다량 매집 등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사례를 연내 기획조사하기로 했다. 사회초년생을 현혹하는 불법 광고도 신고받아, 수사를 의뢰해 무자격자의 허위·과장 광고는 퇴출하기로 했다.
▶‘빌라왕 사기 한 축’ 중개사 처벌·책임 강화=빌라왕 사태로 불거진 전세 사기의 한 축인 악성 공인중개사에 대한 일벌백계와 책임 강화도 주목된다. 공인중개사는 사기 가담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요건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직무위반으로 징역형 선고시 자격이 취소되는데,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취소하도록 개정을 추진한다. 감평사법 개정도 추진해 전세사기 가담 감정평사의 자격 취소 사유도 금고형 2회에서 1회로 강화한다. 박원갑 위원은 “빌라 사기 과정에 개입한 중개업자와 감정평가사의 윤리와 책임을 강조해 일탈 행위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에 전세사기 방지의 핵심 역할을 맡게 한 대목도 주목된다. 이번 대책에는 공인중개사가 계약 시 유의사항을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전세가율·전세보증 상품 등에 대해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세사기 방지 특약, 등기부에 포함되지 않는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세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의무 안내사항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임대인이 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화할 방법은 안담겼다”며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안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만 보면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추가적인 제도 보완 필요”=이번 대책에는 전방위 피해 지원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전세피해 임차인이 주거 이전 시 지원받는 저리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신속한 긴급거처 제공을 위해 공공임대 주택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피해 회복을 위한 원스톱 법률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 지원책이 제시된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이들에 대한 주거지원과 피해 복구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번 종합대책에서 현행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적용이 지연될 수 있고, 추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함 랩장은 “일부 제도 개선은 다가올 봄 이사철 이후에 법이 개선될 예정”이라며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한 여지가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처벌 등 내용은 정책에 담을 수 있지만, 사적 계약을 공공이 모두 통제할 수는 없어 완벽한 사기 차단은 어렵다”며 “제도 운영 과정에서 제기되는 내용을 추가 보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전세 계약 제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게 아니라 전세금을 임대인에게 바로 전달하지 말고 HUG에서 보관하다가 안정성을 확인하고 입금하거나, 갭투자의 경우 전세금 일부를 보증기관에 보관하는 등 제도 보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제2의 빌라왕 사태 방지에 칼을 빼들며 빌라 전세 거래 자체가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은 “공인중개업자들이 빌라 거래를 적극적으로 안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빌라에서는 전세가 거의 사라지고 반전세, 월세가 대세를 이룰 전망”이라고 예상했다.